박사 학위·구글 모두 버리고…30대 청년의 '과감한 선택' [황정수의 인(人) 실리콘밸리]

입력 2021-10-04 07:35   수정 2021-10-04 16:38


최근 인터뷰한 고우종씨(36·사진)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했다. 미국 명문대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 취득을 목전에 두고 학업을 중단한 게 대표적이다. 학부 시절엔 동기 열에 아홉이 갔던 전자공학 대신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골랐다.

고씨의 결정엔 본인만의 원칙이 있다. '10년 후 혹은 그 이상의 미래'를 고민해보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가 컴퓨터공학을 선택한 건 '컴퓨터는 향후 100배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학원을 마치지 않고 구글 입사를 택한 것도 '구글 자율주행차 팀에 일찍 합류해 쌓을 수 있는 경험이 미래엔 박사 학위보다 훨씬 가치있을 것'이란 확신 영향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옳았다.

고씨는 석 달 전 일반적이지 않은 결단을 또 내렸다. 구글 계열 자율주행차 서비스 개발사인 '웨이모'에서의 안정된 삶을 버리고 스스로 나온 것이다. 거주지도 10년 간 살았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옮겼다. 현재 고씨는 스타트업 창업을 염두에 두고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고씨가 창업을 결정한 가장 큰 동력은 '도전'이다. 고씨는 자신이 창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래를 전망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고씨에게 웨이모와 테슬라, 자율주행차 산업, 스타트업, 시장 그리고 실리콘밸리 등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박사 학위 대신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선택
▶대학원 재학 중 구글에 입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UC버클리 대학원 박사과정 5년차 때 학업을 중단하고 웨이모, 그 당시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들어갔죠. 구글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그 때 구글 X라는 구글 내부의 실험적인 조직에 속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현재 구글 계열의 자율주행차 서비스 개발사인 웨이모) 를 알게 됐습니다. 아직 누구도 성공한 적 없는, 현대 기술의 결정체인 자율주행차를 만들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박사를 받고 나서 조인하는 것보다 지금 합류하는 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기 멤버로서의 경제적인 이득도 예상됐었고요. 말하자면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 저 자신을 투자한 셈이죠."

▶박사 학위 취득을 몇 년 앞두고 대학원을 관둔 거네요.

"스타트업 창업도 그렇고 많은 결정들이 '와이 나우(Why now)'가 중요해요. 왜 이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하는 것이 10년 전도 아니고 10년 후도 아니고 지금이냐. 예를 들어 지금 전 세계에 박사 학위자는 많잖아요. 제가 한 연구를 객관적으로 돌아봤을 때 몇 년 뒤에 박사를 받는다 해도 저는 원 오브 뎀이 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당시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엔 150명 정도가 있었죠. 전 세계 150명 중 한 명이냐, 수 많은 박사학위자 중 한 명이냐의 차이를 생각했습니다. 결국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는 독립해서 웨이모라는 회사가 되었고 크기 면에서 보면 10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웨이모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웨이모에서 처음에는 컴퓨터비전 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중간에 리서치 팀으로 옮겼어요, 리서치 팀에선 소규모로 재밌는 걸 많이 했죠. 총 5년 정도 있으면서 프로덕션 팀에도 있어봤고 리서치 팀에도 있어봐서 웨이모에서 제가 해보고 싶은 건 다 경험해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니저 트랙으로 가는 건 크게 관심이 없었고요. 저는 회사가 작을 때 합류해서 회사와 저 자신이 함께 성장하는 게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컴퓨터비전은 어떤 분야죠.

"사람은 횡단보도나 보행자의 사진을 보면 바로 인식하잖아요. 컴퓨터는 달라요. 무슨 사진이든 다양한 색깔의 점(픽셀)들이 모여 있는 것 정도로 인식해요. 비전은 컴퓨터가 픽셀들의 조합을 보고 그게 실제로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자율주행차가 운행하기 위해 중요한 기술이죠. 하지만 이런 태스크는 사람이 컴퓨터에게 프로그램 하기가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1+1=2'라는 것은 사람이 쉽게 풀 수 있고 컴퓨터에게도 어떻게 풀면 되는지 알려줄 수 있죠. 하지만 어느 유명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이게 누구냐고 물으면 사람은 바로 대답할 수 있지만 왜 그런 답이 나왔는지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산수와 달리 어느 픽셀들의 색과 조합을 보고 이러면 연예인 A이고 저러면 연예인 B라는 명확한 규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머신러닝(인공신경망)을 활용해요. 컴퓨터에 많은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훈련시키면 명확한 규칙이 주어지지 않아도 사람처럼 스스로 사물을 구분하기 시작하거든요. 100% 정확하진 않지만 높은 확률로요."

▶처음부터 비전 쪽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하셨나요.

"대학원에서 처음엔 컴퓨터 그래픽스를 전공했어요. 동기 중엔 졸업하고 픽사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죠. 그런데 전 방향을 바꿨어요. 그런 판단을 하게 된 계기 중에 하나가 당시 엔비디아에서 인턴을 뽑았는데 그래픽스 전공한 학생은 안 뽑고 머신러닝 쪽으로만 뽑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그래픽스보다 머신러닝이 더 성장하는 분야구나 싶었죠."

▶구글과 웨이모에서 배운 가장 큰 것이 뭔가요.

"많은 수의 뛰어난 사람들을 이끌고 어떻게 이런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지를 보고 배웠습니다. 그 중 하나는 어떻게 각 팀에 역할과 책임을 주면 경쟁이나 적대가 아닌 협업하게 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회사 내에서 팀 간의 역할을 보면 서로의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회사라면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개발하는 팀과 그 시스템의 문제를 찾아내는 팀이 존재하거든요. 서로 인센티브가 정확히 반대에 존재하는 것이죠. 한쪽은 문제를 줄여야 하고 다른 한쪽은 더 많은 문제를 찾아야 하죠. 그럴 때 어떤 메트릭으로 평가해야 회사 전체의 목표를 이루면서 두 팀 모두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가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회사가 커지는 과정에서 직원 채용 인터뷰도 많이 하게 됐는데 회사가 성장할 때 어느 스테이지에선 어떤 사람을 뽑아야하는가에 대한 감도 잡았고요."
"웨이모(구글)의 자율주행차 사업 성공할 것"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사업은 잘 될까요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을 하고 있고 사업 모델도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좋은 팀을 구성했고 재무적인 지원도 충분히 받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한 의심은 없어요."

▶웨이모 사업의 목표는 뭔가요.

"웨이모의 비즈니스 모델은 자율주행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웨이모가 소유한 자율주행차로 사용자들을 태워서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고 돈을 받는 겁니다. 이런 수요는 대도시 안의 짧은 주행이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서울이나 부산 시내에서의 단거리 주행이 주 시장이지 서울에서 부산 가는 장거리 주행은 아닙니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자율주행을 탑재한 차를 팔아야 하는 양산차 업체의 그것과는 요구사항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운송업체들이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고객 입장에서도 택시 타거나 우버 부르는 게 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회사 입장에선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가 이익을 많이 못 내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라고 생각합니다. 웨이모는 지금 당장은 개발, 도입, 유지비용이 높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 비용은 지속적으로 내려갈 겁니다. 자율주행차의 비용은 앞으로 10배 이상 낮아질 수 있지만 인건비는 앞으로 오르면 오르지 낮아지기는 쉽지 않죠. 그런 관점에서 우선 봐야하고요."

▶자율주행 서비스의 다른 장점이 또 있다면요.

"첫 번째는 안전입니다. 사람이 운전할 경우에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날 가능성 높아요. 많은 사고가 음주운전, 졸음운전, 혹은 주의태만 같은 사람의 실수로 발생합니다. 웨이모 같은 자율주행차는 과속, 신호위반, 안전거리 미유지 등 단순한 실수로 사고를 낼 가능성이 낮아요. 컴퓨터는 사람과 달리 지치지도 않고 지루해하지도 않거든요. 교통규칙을 정확히 따르고 항상 주의를 집중하죠. 두 번째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합니다. 운전자가 있으면 아무래도 완전히 편하게 행동할 수는 없어요. 운전자가 없는 완전자율주행차를 타본 분들은 만족합니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기 때문에 편하게 쉬거나 놀거나 일을 할 수 있어요."

▶자율주행 서비스는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자율주행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자율주행을 △테스트 해본 정해진 영역 안에서 △대부분의 기상조건과 예외사항을 처리하면서 △인간보다 비슷하거나 더 낮은 사고율로 주행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이미 가능합니다. 웨이모가 이미 그와 같은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대중을 상대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지금도 누구나 앱스토어에서 웨이모 앱을 다운로드 받고 해당 도시에 가서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를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아무 나라나 도시에 떨어트려 놓고 어떤 기상환경이나 예외사항(지진이나 폭우, 폭설)에서도 완벽하게 주행하기를 바란다면 그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에서 승객을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 자율주행차에 태우고 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일부 지역에서도 운행 허가를 받았다. (웨이모 자율주행차량의 주행영상은 유튜브 JJRicks Studios 참고)
테슬라 자율주행방식 증명될수도
지금은 라이다 없는 자율주행차(테슬라) 안 타
▶웨이모에 일했던 입장에서 테슬라는 라이다(레이저를 발사해 주변 사물을 파악하는 장치)가 아닌 카메라 중심 완전자율주행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성공할 것으로 보시나요.

"특정 회사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렵고 기술적으로 '라이다+카메라' 사용과 오직 카메라 사용으로 나눠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것처럼 저는 어떤 기술에 대한 신념이 있으면 직접 해보고 증명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봐요.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사실이지만 미래는 언제나 미지의 영역이니까요. 앞으로 카메라만 사용하는 자율주행이 된다고 증명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안전과 직결된 선택은 조심에 조심을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봅니다. 웨이모를 비롯하여 여러 업체들이 쓰는 라이다라는 센서의 장점은 어떤 상황이든 충돌 가능성이 낮아요. 앞에 물체가 있다 없다는 정보가 굉장히 정확하죠."

▶컴퓨터비전 전문가로서 카메라를 통한 자율주행의 단점은 뭔가요.

"카메라는 앞에 △물체가 있는데 없다고 말하는 것과 △물체가 없는데 있다고 말하는 것의 가능성이 높아요. 착각할 수 있는거죠. 물체를 못 보고 전방 충돌하는 것 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걸 가까이에 있다고 보고 급제동을 하면 후방 추돌이 발생하는 거죠. 라이다는 이런 오류 발생 빈도가 적어요.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고가 확실합니다. 센서가 빛을 직접 쏴서 측정을 하기 때문이죠. 테슬라는 머신러닝을 통해서 카메라의 실수를 줄이겠다는 건데 말이 안 되는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 시점에서 라이다가 안 달린 완전자율주행차는 타지 않을 겁니다. 미래에는 바뀔 수 있어요. 카메라만 사용해도 잘 된다고 하면 좋죠."

▶웨이모라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직장인데 왜 그만두셨죠.

"웨이모의 직원이 총 150명일 땐 제가 개발한 부분들이 실제 자율주행차에 빠르게 탑재가 되었고 그때마다 자율주행차가 그전까지 가지 못하던 곳을 주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보는게 굉장히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000-3000명 규모의 회사로 커졌어요. 이제는 회사가 본 궤도에 올라서 더 이상 엔지니어 한 명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시점은 지난거죠. 그래서 앞으로 10년 후 지금의 자율주행차처럼 세상을 바꾸는 제품은 무엇일까 그것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사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인구구조 변화, 기후 변화 등에서 새로운 시장 열릴 것
▶언제부터 창업을 생각했나요

"학부(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때 와이컴비네이터(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글로벌 1위 엑셀러레이터) 창업자의 글을 보며 앞으로 스타트업이 많은 가치를 창출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컴퓨터공학의 발전에 있습니다. 이제는 수요만 있다면 한 사람이 쓴 코드를 컴퓨터 1만대, 10만대, 100만대에서 돌릴 수 있어요. 전통적인 기업은 더 많은 일을 하려면 직원을 고용하고 훈련시켜야 했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테크 스타트업은 컴퓨터라는 손쉬운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소수의 인원으로도 놀랄만한 성장을 단기간에 이뤄내구요.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보틱스의 발전도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것 같습니다."

▶어떤 기업을 창업할 계획이신가요.

"앞으로 10년 후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큰 사회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와 북미, 유럽의 노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구요. 요즘 더욱 체감하는 기후변화 같은 환경변화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앞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있던 모빌리티 쪽에도 관심이 가는데 자율주행 승용차나 라이드 헤일링 플랫폼은 이미 플레이어들이 많고요. 자율주행 트럭이나 자율주행 건설장비 같은 니치마켓을 노리는 제품이나 서비스면 가능할 것 같아요.

과거를 보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등장이 큰 변화와 기회를 가져왔었는데요. 최근의 하드웨어 쪽 사례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의 등장이겠네요. 우선 정보기술(IT)이 발전해서 스마트폰이 가능해지고, 이 스마트폰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서 모바일 CPU와 배터리가 발전하고 그게 결국에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최근의 전기차로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큰 흐름이 이제는 항공우주 쪽으로 가는 것 같아서 보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쪽으로는 머신러닝과 같은 인공지능의 상용화가 될 수 있겠는데 앞으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지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구요."

▶어떤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고 싶으세요.

"저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제가 하루종일 하는 일이 일치했으면 좋겠어요. 저의 믿음을 회사라는 형태로 만들고 제품과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하고 싶습니다. 창업을 해서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으니 같이 가자고 선언하고 인력과 자본을 모아서 제품 혹은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 게 이를 실천하는 방법이죠. 제가 가진 미래에 대한 신념을 현실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으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믿음 주고 싶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은가요.

"제가 폴 그레이엄 (와이컴비네이터 창업자) 이나 스타트업 창업하신 분들 글 읽으면서 좋았던 건 '우리도 모두 학생이었고 실수를 많이 했지만 많이 배웠고 그래서 이렇게 이뤄낼 수 있었다 너희도 할 수 있다'입니다. 모두가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제 비전을 현실화하고 사람들에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어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하시네요.

"저는 지루함을 잘 느끼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죠.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올까 생각해 보는게 재미있고 가능하면 조만간 올 그 미래에 남들보다 먼저 가서 보고 싶죠. 웨이모의 경우 자율주행차란 산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전에 미리 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고 결과도 좋아서 만족합니다.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주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유학 와서 웨이모 퇴사할 때까지 10년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살았습니다. 우선 미국이란 나라가 넓은데 한 주(州) 한 지역에서 계속 사는 건 기회를 낭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요. 지난 10년간 실리콘밸리는 엄청난 성장을 이뤘는데 그걸 지켜보면서 다른 미국 도시도 인력과 자본이 적절히 모이면 이와 같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스틴은 이제 막 테크산업으로 뜨기 시작하고 있는데 테크기업들의 투자와 캘리포니아로부터의 인력유입을 보면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본 거네요.

"항상 앞으로 10년 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학부 전공 선택 때도 10년 후를 내다본건가요.

"네, 저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04학번인데 2003년 당시 고등학생인 제가 봐도 컴퓨터는 개선되어야 할 점이 너무 많았어요. 하드웨어는 크고 발열도 많은데 속도는 느렸고요. 소프트웨어는 버그가 많고 불안정했었죠. 인터넷도 동영상은 꿈도 못 꿀 정도로 느렸고요. 당시의 애플이나 아마존, 야후 웹사이트를 검색해보시면 그 당시 기준으로도 전혀 미적이지가 않았죠. 그래서 할 일이 매우 많아 보였어요. 기계공학이나 항공우주공학의 예를 들면 처음 자동차나 비행기가 나온 이후로 지금까지 엄청난 발전이 있었거든요. 마찬가지로 이미 역사가 깊은 자동차나 비행기는 모르겠지만 컴퓨터는 앞으로 10배 아니 100배 더 빨라질 것이라 생각했었죠.

▶유학은 어떤 계기로 결심하게 됐습니까.

"우선 IT로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미국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리콘 밸리가 좋은 예가 되겠죠. 그리고 같은 일을 하면서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싶었던 것도 분명 있었고요. 제가 유학을 생각하게 된 시점은 2004년도 학부 입학 당시인데 그때 미국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이 이미 있었고 구글이 막 성장하기 시작할 때였죠.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그런 기술에 대한 동경도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자율주행차, 엔터 산업에서 기회 많을 것
▶미국생활 하실 때 가장 어려운 점은요.

"저는 성인이 된 후 쓰기 시작해서인지 영어가 한국어만큼 편하지는 않았어요. 한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듣고 말할 기회가 적었죠. 하지만 인도나 유럽 등 세계의 많은 지역에선 영어를 자국어와 더불어 생활에서 쓰는 곳이 많아요. 한국은 아직 그런 다언어적인 면에서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의 기본언어는 영어입니다. 한국을 벗어나 전 세계로 닿고 싶다면 영어는 편하게 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되겠네요."

▶인생의 목표는요.

"제 개인적인 바람은 시간이 지나도 제가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할 때 두려움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들은 그건 가진 돈이 많아야 그럴 수 있지 라고 하는데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돈보다는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의 문제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영어가 모국어처럼 편하다면 영어권 국가에 가서 일하고 생활하는데 크게 거리낌이 없겠죠. 저의 능력과 그에 대한 믿음을 키워서 어떤 사회적, 경제적 변화가 발생해도 크게 좌우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새로운 회사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언제나 현재에 안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요.

"제 인터뷰를 보고 지금보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일에 도전해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역사적으로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많은 육체노동이 사라졌고 컴퓨터가 발명되면서 많은 지식노동도 사라졌죠. 이제는 아까 설명한 머신러닝과 같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존에는 사람만 할 수 있던 작업들도 이제 컴퓨터가 잘 할 수 있게 됐어요. 이런 추세를 보면 앞으로도 많은 직업군이 사라지게 될 겁니다.
개인적인 기준은 교실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단순지식은 앞으로 효용가치가 낮아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새로운 기술적인 문제를 푸는 일(자율주행차) △개개의 경우가 유니크하고 학문으로 정립할 수 없어서 직접경험 혹은 도제식으로 배워야 하는 일(스타트업 창업)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어 사람의 심리와 감정을 깊게 이해하고 다루는 엔터테인먼트나 서비스 산업을 하면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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