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王' 논란에 최순실까지 소환…여야 '십자포화' [종합]

입력 2021-10-02 17:53   수정 2021-10-02 17:5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그린 채 방송토론회에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 인사말에서 "다시 최순실 시대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며 "국민을 위해 가장 봉사해야 하는 1번 일꾼인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이어 "모든 권력기관을 사유화하는 시대에 국민들이 국정농단을 심판하고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가 만들어졌는데 주술에 따른 것인지 '왕'을 써서 부적처럼 들고나오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손바닥의 '왕'을 보니 최순실이 떠오른다"며 "윤석열의 최순실은 누구인가. 이번에도 속을 수는 없다"고 적었다.

이어 "국정운영을 전문가에게 묻지 않고, 무속인과 상의해서 결정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며 "한편으로는 얼마나 준비가 안 됐으면 매번 무속신앙에 의존했을까 측은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준비가 안 돼서 무속신앙에 의존하는 불안한 후보에게 맡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이 주술(呪術) 대선으로 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가기 싫은 곳을 가거나 말발이 딸릴 때 왼쪽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기고 가면 극복이 된다는 무속신앙이 있다고 한다"며 "참 어이없는 일들만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위원장을 만날 때도 무속인을 데리고 갔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1일 1 망언으로 정치의 격을 떨어트리더니 다음 토론 때는 무슨 부적을 몸에 차고 나올 것인가"라며 "주술에 의존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냐. 대선 경선에 무속인까지 개입하고 이번 대선은 정말 저질 대선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윤석열 후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손바닥에 '왕'을 쓰고 나왔는지 밝히라"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TV 토론에서 그런 모습을 연이어 보인 것이냐"고 일갈했다.

또한 "정권 교체가 절실한 이때,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도대체 누구의 말을 듣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은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며 "대체 누구의 말을 들은 것이냐. 아니면 누가 시킨 일이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천국과 지옥을 운운하며 사이비 종교 지도자 같이 구는 여당 후보, 과거 오방색 타령하던 최순실 같은 사람과 윤 후보가 무엇이 다르냐"며 "손바닥에 글자 하나 쓴다고 사람이, 우리 당이, 대한민국이 과연 달라질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윤 후보의 경험 부족과 토론 실력을 보며 '과연 이대로 우리 당 후보가 사이비 종교 지도자 같은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들이 많다"며 "대체 누구의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밝히라. 국민 앞에 정직하게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5차 방송토론회에 왼쪽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고 참석한 바 있다. 정치권 등에서는 윤 전 총장이 무속신앙에 의존해 경선을 치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온라인상에서도 최대 화젯거리가 됐다.

윤 전 총장 측은 손바닥에 적힌 글자는 열성 지지자들이 적어준 것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 대선 캠프 관계자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윤 후보 열성 지지자들이 (윤 후보의 자택) 1층에 주차돼 있는 차에 와서 항상 응원을 한다"며 "3·4·5차 토론회 때도 와서 '꼭 정권 교체하라'면서 손바닥에 글자를 써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 때 손 세정제로 계속 지우려고 했는데 잘 안 지워졌다"며 "이게 지지자들의 마음이고, 이를 왜 문제 삼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토론회가 한 차례 더 남았는데 그때도 지지자들이 써주면 똑같이 나갈 것 같다"며 "캠프에서도 이를 제지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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