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놓고 해운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운 관련 단체에서 해운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한 해운법 개정안은 농해수위 전체회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법안은 정기선사 간 운임 등 공동행위를 해양수산부가 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처리되면 최근 공정위가 추진 중인 해운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국내 12개 선사와 해외 11개 선사가 2003~2018년 15년간 한국~동남아시아 노선 운임을 두고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며 해운업체 측에 심사고보서를 발송했다. 보고서에는 총 8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업계와 지역 등 해운 관련 업계에서는 성명 등을 통해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우려를 표하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이후 수출입 경쟁력 저하 및 국내 해운산업의 약화가 우려돼 그 규제의 수준을 신중히 결정해주실 것을 건의드린다"며 "국적 선사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보호는 국적 선사가 제공하는 부수적 이익과 혜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국적 선사는 그 존재만으로도 국내 물류 회사에는 해외 선사와의 협상 시 경쟁력 확보의 발판이, 국내 수출 기업에는 수출 경쟁력의 기초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인천 상공회의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현재와 같은 물류대란과 운임상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가 반드시 존치돼야 하며, 향후 공정거래법과의 관계도 정리돼야 해운선사들도 안정적으로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며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국회에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인천항발전협의회와 인천항운노동조합,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인천 지역 해운항만종사자와 시민들은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도록 선처를 탄원 드린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부산에서도 해운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과 부산항발전협의회,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한국해기사협회는 "우리 해운산업이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로 다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해운공동행위에 대한 해운법 개정이 필요하며 국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며 "해운공동행위와 관련하여 공정위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함과 동시에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본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국회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한편 공정위 측은 해운법 개정에 대해 "해운업계의 담합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을 소급 적용해 이번 과징금 부과를 무력화하면 향후 발생하는 해운사들의 악성 담합을 제재할 근거가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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