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만 코텍 회장(사진)은 인도 첸나이 지역 한인사회의 ‘대부’로 불린다. 현대자동차가 1996년 이 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사업에 나서면서 협력업체로 현지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정착한 지 25년 만에 첸나이는 5000여 명의 한인이 모일 정도로 발전했다. 이 같은 공로로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장 자리까지 맡았다.
심 회장에게 최근 또 하나의 직함이 생겼다. 6대륙 750만 명의 세계 한인들을 대표하는 기구인 ‘세계한인회총연합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것. 오는 6일 창립행사 준비를 위해 한국에 잠시 들른 심 회장을 만났다. 그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유대인 이민자들처럼 한인들도 똘똘 뭉친다면 한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한인회총연합회는 캐나다한인총회, 러시아·CIS한인총회, 아시아한인총회, 유럽한인총회, 중남미한인총회, 재일본대한민국단 등의 한인회총연합회가 뭉친 단체다. 그동안 지역별로 운영돼 온 한인회를 총괄해 대표한다. 심 회장은 “세계 180여 개 국가에 한인사회가 있고, 이들 나라에 있는 한인회장만 500명이 넘는다”며 “이런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한국인들이 세계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때 매우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회장은 “한인들의 영향력을 키우려면 한국 정부가 권리부터 보장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재외국민의 관심도 커져가고 있지만, 국회의원·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려면 공관이 있는 지역까지 직접 가야 해 일부 지역은 투표율이 10% 수준에 불과할 만큼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한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심 회장은 “우편투표나 전자투표를 도입한다면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수의 한인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지만 이들을 위한 정책은 부족해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계 한인들을 대표하는 자리까지 오른 심 회장이지만, 그는 “인도로 처음 올 때는 이렇게 오래 있을지 몰랐다”고 회고했다.
1996년 현대차 첸나이공장 설립 때 여러 협력업체가 현지에 진출했지만, 공장 설립 후 다수는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코텍은 현대차 측 요청으로 현지에 남게 되면서 그의 타지 생활도 시작됐다. 이후 20여 년간 코텍은 토목, 전기, DKD(자동차 분해 뒤 수출)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심 회장은 “처음 첸나이에 도착했을 때는 한인 가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며 “10여 년간 한국 기업이 들어오지 않아 고군분투한 게 기억난다”고 회고했다. 세계한인회총연합회는 서울에 상설 사무실을 두고 세계 한인들의 권리를 위한 국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