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정계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은 4일 오후 임시국회를 소집해 기시다 자민당 총재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후임 총리로 선출한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스가 내각은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총사퇴를 결정한다.
출범을 하루 앞두고 새 내각의 인사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부총재로 자리를 옮기는 아소 다로 재무상의 후임으로 스즈키 슌이치 전 올림픽담당상(68)을 내정했다. 스즈키 젠코 전 일본 총리(재임기간 1980~1982년)의 장남인 스즈키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보의 대표 추천인으로 나섰다.
그는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는 동시에 주요국 최악인 정부의 재정 건전화를 달성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기시다 총리는 연내 수십조엔 규모의 코로나19 경제대책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2025년까지 재정수지 흑자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함께 내세웠다. 아다치 마사미치 UBS증권 애널리스트는 “재정 확대를 촉구하는 정치권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즈키 내정자는 이와테현 9선 의원으로 외무성 차관, 환경상 등을 거쳤다. 경제 관련 경력은 자민당 재무위원장이 전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스즈키 내정자가 국제금융 무대에서 존재감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상에는 사이토 데쓰오 전 환경상(69)이 내정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소속인 사이토는 응용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문부과학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총리 관저의 2인자이자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는 마쓰노 히로카즈 전 문부과학상(59)이 내정됐다. 그는 2017년 “당분간 재정 건전화를 위해 세출을 줄이기보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확장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총리가 신설을 공약한 경제안보 담당상에는 재무관료 출신인 고바야시 다카유키 중의원 의원이 내정됐다.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은 “경제안전보장과 관련해서는 모든 성청에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아베·스가 내각의 일부 관료가 유임되거나 자리를 바꿔 계속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언론들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다 노부오 방위상 등의 유임을 점쳤다. 외교·안보정책은 이전 정권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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