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와인 업계에서 로봇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가 이탈리아의 와인 산업을 자동화로 몰아가고 있다"며 3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그동안 이탈리아 와인 업계는 노동력 상당수를 동유럽과 북아프리카 출신 근로자들에게 의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했다. 이에 부족한 일손을 로봇으로 충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와인 제조에 쓰이는 포도를 재배하는 포도원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에서 4대째 와인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카펠리 씨는 최근 8만5000유로(약 1억1689만원)를 들여 포도 수확 기계를 사들였다. 카펠리 씨는 "13헥타르(ha) 규모의 포도원에서 포도를 재배하기 위해 기계를 마련했다"며 "이제 일손 부족을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제조업체 펠랑이 출시한 기계를 구매했다. 카펠리 씨는 "이 현대식 기계는 충분히 훌륭하다"며 "포도를 청소하고 줄기를 제거하는 측면에서는 사람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유럽 전역의 인건비가 오르면서 기계에 대한 수요는 더욱더 증가할 전망이다. 예컨대 영국에서 농업 근로자의 최저 임금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34% 인상됐다. 필립 아스톤 펠랑 농업 부문 이사는 "올해 포도 수확 기계 수요가 작년 대비 20% 증가했다"며 "예년(5~10%)보다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포도 수확 기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품 부족 문제가 심화하면서 공급이 빠르게 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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