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두둑한 진단키트社들 '제2 먹거리' 찾는다

입력 2021-10-04 17:08   수정 2021-10-05 01:13

코로나19 진단키트로 풍부한 자금을 마련한 진단 기업들이 앞다퉈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신약 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달 29일 연속혈당측정기 개발사인 유엑스엔에 4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코로나19 외 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혈당측정기 사업은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SD바이오센서 매출의 55%(398억원)를 차지한 주력 사업이었다. 유엑스엔은 외부 환경에 따라 활성도가 바뀌는 효소 대신 화학적 안정성이 높은 백금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SD바이오센서는 미국 유통사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허가를 신속하게 획득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이 회사는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 코로나19 신속 항원진단키트 대량 공급에 성공했지만 미국 시장에선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연내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아 신속 항원진단키트의 미국 매출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씨젠도 M&A를 통해 제약,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뛰어든 진단 업체도 나오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 8월 시프트바이오와 1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시프트바이오는 혈액 속에서 철을 운반하는 수송체인 페리틴을 약물전달체로 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페리틴에 변이 유형별 코로나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다가백신을 개발 중이다. 내년 상반기 안에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데 쓰이는 단백질인 CD47을 표적으로 삼는 항암제도 페리틴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니아는 리보핵산(RNA)을 표적으로 삼는 신약과 화장품을 동시 개발하고 있다. 자회사 써나젠을 통해 폐나 신장을 딱딱하게 만드는 특정 RNA를 겨냥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햄스터 동물실험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 섬유증 치료제로 한 임상 1상 계획을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탈모 유발에 관여하는 RNA를 잘라내는 물질로 만든 탈모 완화 기능성 화장품 개발을 마치고 연내 출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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