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가계대출 규제가 1·2·3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넘기지 않기 위해 이달부터 지점별 월별 취급액(평균 10억원)을 제한하고 있다. 앞서 농협·국민·하나은행 등도 대출 중단과 한도 축소에 나섰다. 가을 이사철 수요에다 대출 중단에 따른 풍선 효과까지 겹쳐 갈수록 은행권 대출 문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출 난민들의 차순위 선택지인 인터넷은행과 보험·카드·저축은행들도 이미 대출 규제에 들어갔고, 지방은행과 산림조합도 금융당국 지도로 대출 규제에 나설 태세다. 대부업체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연 24%→20%)로 이미 자체적으로 대출 취급액을 줄이는 판국이다. 대출 난민이 갈 곳이라곤 고금리 불법 사금융 시장뿐인 처지다.
천문학적인 가계부채 문제는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신흥국 금융 불안, 국내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쳐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험이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6%, 내년은 4%’라는 식으로 목표치를 정해 놓고 군사작전하듯 대출 규제를 밀어붙여서는 효과보다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대출현장에선 “가뜩이나 집값 폭등 탓에 ‘벼락 거지’가 됐는데 졸지에 전세대출 길까지 막혀 월세로 나앉게 생겼다”는 등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정부는 이르면 금주 중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 추가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총량관리를 하더라도 전세대출이나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급한 실수요자들의 숨통을 터주는 실효성 있는 보완책도 함께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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