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창문을 올리고 내리는 기능을 하는 파워윈도스위치는 종류가 수십 가지다. 차종이 같아도 부가 기능과 색상 및 소재 종류 등 옵션 사양이 차량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경기 수원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모베이스전자는 그동안 생산한 파워윈도스위치 종류를 수십 개에서 10분의 1 정도로 최근 줄였다. 이 스위치를 포함해 300여 개에 달하는 제조 부품 수를 30여 개로 대폭 축소했다. 김상영 모베이스전자 대표는 “품질을 고도화하고 세분화된 부품 종류를 표준화했다”며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체질 개선 빛 발해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모베이스전자는 스마트키와 주차보조,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무선 보안 시스템(이모빌라이저)을 하나로 통합한 모듈과 파워시트모듈(PSM), 스티어링컬럼모듈(SCM) 등 전자제어모듈 전문 제조사다. PSM과 SCM은 운전석 시트와 스티어링 휠 위치를 기억해 작동하는 장치다. 모베이스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 3807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3.8%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다섯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회사 측은 이렇게 실적이 좋아진 비결로 표준화 작업을 꼽는다.
모베이스전자는 코스닥 상장 스마트폰 부품업체 모베이스가 2019년 9월 서연전자를 인수해 지금의 사명으로 바꾼 회사다. 이후 잘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모으는 한편 악성 재고 등 부실을 털어내는 데 집중했다. 김 대표는 “체질 개선 작업이 1년여를 지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며 “올해부터 다시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탈 것이 확실시된다”고 자신했다.
자신감은 전기차 시대와 맞물려 자동차에서 전자장치(전장)가 늘어나는 트렌드에서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전장 시장은 2018~2023년 매해 7.4% 성장해 2024년 477조76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체 매출의 30%가량인 전자제어시스템 매출을 2~3년 뒤 50%로 키우는 게 김 대표의 계획이다.
신사업 지배력 확대
필기 인식 시스템도 성장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차량에 들어간 원반 형태의 부품으로 손가락으로 적은 문자나 숫자를 인식해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전화를 거는 등의 작업을 행하는 시스템이다. 서로 다른 위치의 버튼을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 기술은 모베이스전자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상용화해 제네시스에 적용됐다. 점진적으로 적용 모델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대표는 “디자인이 세련됐을 뿐 아니라 조작이 간편해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차량용 무선충전기 시장 지배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후발주자지만 시작한 지 2년 만인 올해 현대차용 무선충전기 시장 점유율이 40%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년간 공들여 신기술을 적용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곧 양산에 들어간다. 자동차 앞뒤 범퍼에 장착돼 물체 등의 존재 유무와 거리를 인식해 충돌 위험을 알려주는 초음파 센서다. 김 대표는 “기존 사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사업도 하나둘 가시화한다”며 “내후년에는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