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수소 플랫폼 기업' 대변신

입력 2021-10-04 18:08   수정 2021-10-05 01:22

현대글로비스가 수소 유통과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등 신사업 로드맵을 꾸리고 친환경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차량 운송을 주 사업으로 하던 물류 전담 기업에서 업역을 확대해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 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수소 유통사 발돋움
현대글로비스는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브랜드 ‘에코(ECOH)’를 출시한다고 4일 밝혔다. 에코는 환경(eco)과 사람(human)을 의미하는 영단어를 합친 브랜드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 사업(에코로지스틱스)과 배터리 사업(에코스토리지)에서 에코를 브랜드명으로 활용해 에너지 솔루션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공급망관리(SCM) 역량을 바탕으로 수소 유통·운반에서 글로벌 주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오세아니아, 중동 등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한국과 세계에 유통한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린수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저장·운송할 수 있는 암모니아 생산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부피가 크고 폭발 가능성이 높은 수소에 질소를 결합시켜 암모니아로 바꾼 뒤, 국내로 들여와 다시 수소를 분리하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를 위해 2000억원을 들여 2024년께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2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선박 화물창을 특수 재질로 제작해 수소와 함께 암모니아도 운송할 수 있도록 한다. 세계에서 암모니아를 선적할 수 있는 VLGC는 20여 척뿐이다. 물량이 늘면 추가 선박 건조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렇게 들여온 수소의 국내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수소출하센터를 9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앞으로 확대될 전국 수소충전소의 수소 공급도 맡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수소 전문기업과 협력해 2024년께 액화수소 생산 및 유통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구축과 친환경 항만 조성을 위한 육상전원공급장치 판매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폐배터리 시장도 뛰어든다
현대글로비스는 2040년 8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폐배터리 시장에도 발을 뻗는다. 이를 위해 원통형, 파우치형, 각형 등 배터리 종류와 크기에 상관없이 폐배터리를 운반할 수 있는 ‘플랫폼 용기’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를 재활용 공장으로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폐배터리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방안 등은 향후 구체화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reuse)하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폐배터리를 팩 단위에서 일부 개조하면 ESS로 10년 가까이 다시 쓸 수 있다. 팩을 셀로 해체하지 않아도 돼 기존 ESS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폐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공급망의 마지막 남은 미개척 시장으로 꼽힌다. 배터리는 8~10년가량 쓰면 폐배터리로 분류되는데, 전기차 시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만큼 2028년 이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사진)은 “전기차 배터리 충전과 함께 성장성이 높은 폐배터리 시장까지 선점할 것”이라며 “국내 및 글로벌 수소 해상운송 사업도 육성해 에너지 플랫폼 사업자로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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