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데이비스 인텔 뉴로모픽 컴퓨팅 연구소장(사진)은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꿈의 반도체’로 불리는 뉴로모픽 칩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뉴로모픽 칩은 뇌의 작동 원리를 본떠 만든 반도체 칩을 말한다. 인텔은 물론 삼성전자, IBM, 퀄컴 등 웬만한 글로벌 빅테크가 모두 개발에 뛰어든 미래 시장이다. 개발이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상용화된 것은 없고 모두 연구 단계다.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있지만 데이비스 소장은 “상용화가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차세대 반도체 뉴로모픽 칩 관련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약 3년 후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감의 근거는 인텔이 선보인 최신 뉴로모픽 칩 ‘로이히2’의 성과에 있다. 데이비스 소장은 “로이히2는 칩당 뉴런 수를 100만 개로, 전작보다 약 8배 늘렸다”며 “이로 인해 데이터 처리 속도는 10배, 에너지 효율은 15배 개선됐다”고 말했다.
뉴로모픽 칩은 인공 뉴런(뇌의 신경세포)·시냅스(뉴런 간 연결 부위)를 칩에 집적해 기억과 데이터 처리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억을 담당하는 반도체 D램과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여러 종류의 반도체가 하는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비스 소장은 “기존 반도체 시스템보다 훨씬 적은 면적, 적은 전력 소비로 인공지능(AI) 분석 등을 할 수 있다”며 “사람처럼 냄새를 맡는 로봇, 민감한 촉각을 가진 전자 피부 등 전에 없던 솔루션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AI용 반도체도 개발되고 있다. 데이비스 소장은 “AI 칩이 데이터 연산 속도 향상에 중점을 뒀다면 뉴로모픽 칩은 영상, 음성, 냄새 등 광범위한 데이터 처리에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2017년 9월 칩당 13만 개의 뉴런과 1억3000만 개의 시냅스로 구성된 로이히1을 발표했다. 2019년 7월엔 64개의 로이히1 칩으로 구성된 ‘포호이키 비치’ 시스템을 내놨다. 포호이키 비치는 그래프 검색 등 업무에서 CPU보다 1000배 빠른 성능을 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로이히2는 전작보다도 속도, 에너지 효율이 더 향상됐다. 데이비스 소장은 “실험 단계에서 로이히2를 적용한 로봇 팔이 GPU보다 40% 적은 전력으로 50% 빠른 속도를 내는 등 높은 성능을 냈다”며 “인간의 망막과 안구처럼 환경을 파악하는 시각 센서 개발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데이비스 소장은 “아직 기술 개선 과제가 많지만 3년쯤 후에는 일부 영역에서 뉴로모픽 칩이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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