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에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금리와 신용점수 하락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지만 ‘돈 가뭄’ 현상을 해결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 문턱도 높아진 데 따른 현상이다.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잔액은 6월 말 기준 39조6045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6.2% 증가했다. 대다수 카드사의 카드론은 증가율 목표치(6%)를 초과해 신규 대출이 거의 닫힌 상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면서 중저신용자가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졌다.
온라인상에는 ‘개인회생 후 대출’ ‘추가 대출’ 등 돈 빌릴 방법에 대한 상담·질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은행 주택담보대출로 부족한 아파트 매매 잔금을 개인 간(P2P) 금융이나 대부로 치를 예정”이란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금융권에선 ‘대출 절벽’ 시기를 틈타 불법 사금융이 더욱 기승부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불법 사금융 신고·상담 건수는 총 919건으로 올 상반기 월평균 건수보다 22% 증가했다. 7월 7일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간 이후 대부업체들도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기 어려워 불법 사금융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정부발(發) 대출 규제가 팽창 속도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주요 도로변에선 ‘부동산 추가 대출’ 등의 광고 현수막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체로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사금융”이라며 “2금융 대출마저 막히면서 사금융으로 후순위를 채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사금융은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자칫 권리관계가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총량 규제 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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