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양광 시장은 中 놀이터…한국 '글로벌 먹잇감' 됐다

입력 2021-10-05 09:41   수정 2021-10-05 16:55



국내 풍력·태양광 발전설비가 중국과 유럽 등 외국산 제품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산업을 제때 육성하지 않으면 국내 에너지 시장이 외국기업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풍력발전소 터빈 설비의 국내산 비중은 작년 37.7%를 기록해 2016년(70.3%) 대비 32.6%포인트나 비중이 축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풍력 선진국인 덴마크(43.9%)를 중심으로 중국(10.4%), 독일(7.9%) 등이 국내 수출 비중을 늘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작년 풍력 발전설비 세트 수입 규모는 4479만5000달러로, 풍력 설비 수출 규모(125만8000달러)의 약 35배에 달했다.

태양광 발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태양광 모듈 국산 비중은 2019년 78.4%에서 작년 64.2%로 14.2%포인트 감소했다. 중국이 국산보다 10%가량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수출을 늘리면서 비중을 35.7%까지 확대한 영향이다. 태양광 설비 수입액도 2017년 2억4970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6370만 달러로 4년새 1억1400만 달러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국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양대축인 태양광과 풍력 분야에서 외국기업들의 영향력이 점차 증대되는 추세다. 이는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공백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70%까지 늘려 메꾸겠다는 구상이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구체적인 계획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신재생 확대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에너지 주권을 위협하는 외국산 설비 증가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요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한국을 신재생 수출의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풍력 분야에선 덴마크 국영기업 오스테드는 1.6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인천에서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 에퀴노르는 800MW 규모의 울산 반딧불 해상풍력 사업과 200MW 규모의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과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이 국내 주요기업들이 풍력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수익성 악화로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뗏다. 현재 유니슨과 두산중공업이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덴마크 뿐만 아니라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이 국내 진출을 확대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아직 기술 격차가 있는 해상풍력발전에선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평가다.

태양광 발전도 중국 의존도 증가 문제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태양광 시장 잠식은 태양광 패널의 주요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경우 더 심각하다. 국산 태양광 패널의 95% 이상을 중국산 폴리실리콘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한 태양광 사업자는 “중국이 가격은 물론이고 모듈 대량생산 기술이 축적되면서, 모듈 효율도 국산을 뛰어넘고 있다”며 “국산을 적극 육성하지 않으면 중국 의존도는 점차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고착화되고 있는 외국산 의존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신재생 발전단가를 낮춰 태양광·풍력 보급 확대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국산 설비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국내 업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라며 "현재 구조에선 외산 풍력 터빈이나 태양광 모듈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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