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깊고 구조적인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보수적이라던 금융업계도 마찬가지다. 비대면·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금융회사들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가 됐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들이 앞선 기술력과 소비자 편익을 앞세워 금융업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기존 레거시 금융사들도 저마다 이들에 맞서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객 만족도를 높여 갈수록 격화되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종 간 협업은 물론 적과의 동맹까지 불사하는 금융사도 꾸준히 늘고 있다.
‘디지털 리딩뱅크’를 내건 국민은행도 인공지능(AI) 금융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국민은행의 챗봇 ‘비비’는 개인화된 상담 서비스가 최대 장점이다. 말 한마디에 계좌 조회뿐 아니라 대출 이자율, 펀드 수익률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과거 검색 이력 등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우리은행도 올해 최우선 경영 목표를 ‘디지털 퍼스트, 디지털 이니셔티브(Digital First, Digital Initiative)’로 선정했다.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 앱 ‘우리WON뱅킹’은 이런 노력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올 1월 실손보험 가입자가 서류 없이 한 번에 보험사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8월에는 택배 배송을 간편하게 예약·결제하고 실시간 조회도 할 수 있는 ‘우리WON뱅킹 마이(My)택배 서비스’를 출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통적 금융업을 넘어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농협은행은 ‘비욘드 뱅크, 고객 중심 종합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디지털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손병환 전 행장(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만든 애자일(Agile) 조직인 ‘셀(Cell)’이 올해 15개로 확대되면서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성과로 중도금대출 프로세스 개선과 모바일 앱인 ‘올원뱅크’가 꼽힌다.
삼성생명은 6월 네이버클라우드와 MOU를 체결하고 AI 및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공동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나서기로 했으며 한화생명은 업계 최초로 보험금 대신 백화점 상품권, 맥주, 와인, 영양제 등으로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독보험’을 선보였다. 신한라이프는 AI 스타트업 아이픽셀과 함께 서비스 중인 헬스케어 앱 ‘하우핏’을 확대 개편하기 위해 다음달 별도 자회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현대해상은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고객 서비스, 네이버와 함께 운영하는 AI 챗봇 등을 선보이는 등 빅테크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란 평가다.
신용카드사들도 다양한 디지털 혁신 노력을 펼치고 있다. 신한카드는 기존 간편결제 플랫폼인 ‘신한페이판’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생활금융 플랫폼인 ‘신한플레이’를 선보였고, 삼성카드도 4월 빅데이터 마케팅 플랫폼인 ‘링크 파트너’를 내놨다. 현대카드는 카드 생산 공장인 ‘카드팩토리’에 바리스타 로봇, AI 챗봇 등을 배치하는 등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하고 있다. KB국민카드도 간편결제 플랫폼인 ‘KB페이’와 마이데이터(본인정보신용관리업) 플랫폼인 ‘리브메이트 3.0’을 양대 축으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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