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는 조금 더 나은 은행이 아닌 '새로운 은행'이 되고자 합니다. "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5일 온라인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은 '원래 그럴 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에 대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 답을 찾고자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이날 정식 출범했다. 토스뱅크는 110만명에 달하는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예금·대출 등의 은행 서비스를 시작한다. '고객이 고민할 필요 없는 가장 단순한 상품을 통해, 고객이 찾지 않아도 최고의 혜택을 먼저 제시하며, 기술 혁신을 통해 더 넓은 범위의 고객을 포용하는 은행을 추구한다'는 게 토스뱅크가 강조한 경영 철학이다.
토스뱅크가 내건 금융상품의 혜택은 '파격' 그 자체다.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는 2억7000만원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금리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토스뱅크의 신용대출 최저 금리는 연 2.76%로 지난 8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 연 3.07%보다 약 0.3%포인트 낮다. 토스뱅크의 신용대출 최고 금리는 연 15%다. 고신용자는 물론 중·저신용자와 신파일러(thin filer: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합리적인 금리와 대출 한도를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토스뱅크는 신용 데이터와 비금융 대안 데이터를 고루 분석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CSS)을 개발한 상태다. 이를 통해 중·저신용자의 대출 상환능력을 정교하게 평가해 대출 승인율을 끌어올리고, 기존 1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웠던 이들 중 약 30%를 '건전한 중·저신용자'로 발굴해 토스뱅크의 고객으로 포용한다는 방침이다.
홍 대표는 "토스뱅크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프라임·중금리 대출 등의 구분 없이 단 하나의 신용 대출 상품을 통해 최적의 대출금리와 한도를 제공한다"며 "중·저신용자를 포함해 폭넓은 고객을 포용하는 정책을 통해 은행의 문턱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스뱅크는 마이너스통장과 수시입출금통장도 함께 선보였다. 마이너스통장은 최대 한도가 1억5000만원까지 나온다. 금리는 연 3.26~11.47% 수준. 앞서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최대 한도가 5000만원으로 축소했고,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이달부터 연말까지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중단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이목을 끌 여지는 충분하다. 은행권에서 0% 초반대에 머물고 있는 수시입출금식통장 예금금리를 연 2.0%로 책정한 점도 토스뱅크의 성공을 점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날 홍 대표는 시중은행이 특판을 통해 고금리 상품을 한정 판매하고, 높은 금리 적용을 위해 다수의 조건을 충족하도록 하는 행태에서 탈피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통장에 대해 "토스뱅크 고객이기만 하면 아무런 제약도, 조건도 필요하지 않으며, 단 하루를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 2% 금리 통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대표는 "연 2% 수신금리는 물론 다른 은행 대비 높지만, 현재 조달금리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며 충분히 감당 가능한 비용구조"라며 "토스뱅크는 시중은행으로 건전성과 수익성 등 다양한 사업적 지표에 대한 정부의 모든 규제를 준수하며 2% 이자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도록 상품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체크카드 혜택도 적지 않다. 토스뱅크 체크카드는 전월 실적 조건 없이 매달 최대 4만6500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해외에서는 사용 금액의 3%를 즉시 캐시백하는 조건을 담았다. 홍 대표는 "토스뱅크에는 딱 하나씩의 상품이 있다. 수신 상품 하나, 여신 상품 하나, 카드 상품 하나"라며 "고객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 상품을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모든 수수료를 무료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이날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이내'로 제한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가 토스뱅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토스뱅크 역시 시중은행으로서 다른 은행들과 동일한 규제 환경에 놓여 있다"며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적 방향에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토스뱅크의 신용대출 규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홍 대표는 "이제 영업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구체적 대출 규모에 대해서 예상하기는 조금 이른 것 같다"며 "영업 과정에서 정책뿐만 아니라 시장 경쟁 상황, 고객 수요·공급에 따라 대출 규모 목표는 유동적으로 변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내 중금리대출 비중 34.9% 목표치 달성을 확신했다. 홍 대표는 "토스뱅크의 신용평가모형을 기반으로 해당 목표치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제 출범하는 은행인 만큼 제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비중 조절에 유리한 점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홍 대표는 내년 전세대출 출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전세대출은 내년 중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고객이 주담대를 받는 전반적 과정이 비대면화돼야 해서 이런 정책적인 법적 부분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며 "실제 계약서나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들을 다 포용할 수 있는 형태의 비대면 프로세스가 구축된 형태로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홍 대표는 토스뱅크가 스무번째 은행이 아닌 새로운 은행임이 틀림없음을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은행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만들 '새로운 은행'이 필요한 때가 왔다"며 "여전히 은행 상품은 공급자 중심으로 상품이 설계돼 있다. 사용자 관점에서 은행 서비스에 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홍 대표는 "토스뱅크는 고객에게 전가됐던 제약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가장 좋은 혜택을 돌려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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