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를 향해 반도체 재고 현황 등 영업기밀을 요구한 데 대해 5일 "통상적인 상식으로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 반도체 업계의 우려를 청와대는 물론 미국 정부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영업기밀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요구가 경제주권을 침해하는 행위 아니냐'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질의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4일 관보를 통해 삼성전자, 대만 TSMC,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향해 최근 3년치 매출과 고객정보, 재고 현황 등 핵심 영업정보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문 장관은 '왜 미국에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느냐'는 조 의원 질의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요청을 했는지 기업들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반도체 업계의 우려를 청와대에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오늘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 본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및 세계무역기구(WTO) 통상장관회의를 위해 현재 프랑스 파리 출장 중이다. 출장 중 미국 통상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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