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1호점인 ‘CU센터포인트점’을 연 지난 4월 1일. 매장 앞엔 100m가 넘는 긴 줄이 생겼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1300명씩 나오던 때였다.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봤던 편의점과 먹거리를 체험하려는 현지 소비자들로 매장 안팎이 하루 종일 북적였다. 개장 후 열흘간 방문객은 1만1000명, 한국의 대표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는 이 기간 2500컵 판매됐다.
‘K편의점’이 코로나19 속에서도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마트와 백화점이 중국 베트남 등에서 줄줄이 철수한 것과 달리 편의점은 K팝, K드라마 열풍을 타고 매장을 급속하게 늘리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으로의 진격이 두드러진다. 올 들어서만 CU와 이마트24가 말레이시아에, GS25가 몽골에 진출했다. 국내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젊은 소비자 비중이 큰 동남아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류가 거센 지금이 공격적인 진출의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첫 해외 진출국은 몽골이었다. 초기엔 한국 길거리 음식 중 몽골인의 입맛에 맞는 토스트, 핫도그 등을 대표 상품으로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다. 현재 점포 수 140여 개로 2위인 서클K(20여 개)를 압도하고 있다. 올 7월 CU는 몽골 유일의 국제공항인 칭키즈칸공항에도 2개 점포를 냈다. 일본 정부가 공항 건설에 투자한 터라 일본 업체가 유리하다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3년여간 몽골 시장을 장악한 CU는 6개월의 협상 끝에 결국 운영권을 거머쥐었다.
베트남(117개)과 몽골(14개)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GS리테일은 한국 GS25의 노하우를 심는 데 공을 들였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직전까지도 마케팅·상품기획(MD)·영업·정보기술(IT) 인력을 매년 한국으로 데려와 연수를 진행했다. 국내 전문가들이 베트남어로 제작한 교재를 활용해 직접 편의점 운영 노하우를 가르쳤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류 붐이 이어지면서 “같이 합작해 편의점 사업을 해보자”는 현지 기업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CU의 말레이시아 진출은 현지 기업인 마이뉴스홀딩스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한국을 찾아 제휴 협상을 벌였다. 그러면서 “TV에서 보던 한국 CU 모습을 그대로 구현해 달라”고 요청했다. CU가 말레이시아 매장의 간판과 제품명 상당수를 한글로 표기하게 된 이유다.
GS리테일은 몽골 숀콜라이그룹과 현지 진출을 위한 협상을 벌이던 지난해 8월 특별 항공편을 제공받기도 했다. 숀콜라이 측이 몽골 정부에 접촉해 GS리테일 실무자들의 몽골 출장을 위한 항공편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과 몽골 간 항공기 운항이 코로나19로 중단된 지 6개월 만에 열린 하늘길이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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