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대륙서 성공하려면…팬덤을 창조하라 [최재붕의 디지털 신대륙 이야기]

입력 2021-10-05 18:02   수정 2021-10-06 00:46


코로나19 이후 인류는 디지털 신대륙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뉴노멀 시대의 표준 인류는 ‘포노 사피엔스’가 됐고 이로 인해 모든 일상의 표준이 바뀐 혁명의 시대를 살게 됐다. 이제 표준 인류는 디지털 신대륙에서 일상을 보낸다. 이것은 단지 스마트폰으로 생활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의 질서를 모두 파괴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등장했다는 뜻이고, 우리가 적응해야 할 새로운 룰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디지털 신대륙에서 살아내려면 새로운 법칙들을 이해하고 적응해야 한다. 가장 큰 변화는 권력의 이동이다. 디지털 문명에서 진정한 권력자는 바로 일반 대중, 소비자다. 소비자는 진정한 왕이 됐다. 소비자가 왕이 된 신문명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팬덤의 창조다. 이제 성공의 기준은 팬덤을 만드는 실력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소비자 권력 시대 개막의 상징
넷플릭스에서 지난 9월 17일 방영을 시작한 ‘오징어 게임’의 열풍이 불과 2주 만에 전 세계를 뒤덮어버렸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가뿐하게 미국 시장 1위를 차지하더니 10월 2일 드디어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다. 춤과 노래 없이는 1위가 불가능하다던 인도 시장에서도 마침내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팬덤 현상은 디지털 신대륙의 생태계가 완전히 무르익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류는 이제 디지털 문명에서 소통하고 스스로 팬덤을 만들며 그것을 통해 비즈니스를 이끌어 간다. 이들은 대중 매체에 의해 조종당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는 권력자가 됐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 스토리를 풀어보면 우리가 신문명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법칙들을 끄집어낼 수 있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시나리오를 이미 10년 전에 완성했다고 한다. 만약 그 당시에 아쉬운 대로 투자 자금을 모아 어렵사리 드라마로 제작했다면 투자금도 건지지 못했을지 모른다. 당시 방송 제작 여건에서는 표현의 제약도 많았을 것이고 TV나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시청자 범위도 지금 시스템에 비하면 턱없이 작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재밌는 각본을 디지털 문명이 성숙해지기까지 기다린 것은 정말 신의 한수였다. 10년 사이 미디어 소비 생태계는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디지털 신대륙에 디자인한 대표 플랫폼은 넷플릭스다. 오징어 게임도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탄생했고, 다시 그 플랫폼을 타고 세계적인 팬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세계인 마음을 사로잡은 K콘텐츠 ‘웹툰과 드라마’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가장 먼저 알려진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년)다. 당시 봉 감독의 능력을 높이 산 넷플릭스는 아낌없는 제작비 투자로 영화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자 우리나라 영화제작 산업계가 큰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불과 3년이 지난 2020년 넷플릭스가 배급한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은 이제 넷플릭스 흥행 기록마저 깨트렸다. 그것도 엄청난 물량의 광고를 쏟아부어 이뤄낸 것이 아니라 입소문이 전 세계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소비자 스스로의 선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만들어낸 결과다.

사실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글로벌한 인기를 얻게 된 건 웹툰 생태계와의 콜라보 덕분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크게 성장한 웹툰 시장은 한국의 카카오와 네이버가 세계 최고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수많은 작품이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히트를 기록했는데 이러한 인기에 주목한 것이 바로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철저한 데이터 기업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거액을 투자하는 입장에서 데이터의 활용은 필수적인데 그런 기업에 한국 웹툰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조회수와 인기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능력이 입증된 작가와 감독에게 투자하는 동시에 큰 인기를 모은 웹툰의 드라마화에도 통 크게 투자했다. 그렇게 탄생한 웹툰 원작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와 ‘여신강림’이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투자 규모가 확대됐고 그것이 이어져 올해의 화제작 ‘D.P.’가 탄생할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글로벌 히트 작품이 나오면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뭔가 큰일이 터질 것 같은 조짐이 보이더니 마침내 오징어 게임이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데이터를 통해 그 모든 현상을 실시간으로 알고 있었다.
웹툰·넷플릭스 생태계의 공통점, 실력으로 승부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달라진 생태계의 경쟁 법칙이다. 만화 시장은 유명 작가가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면 등단도 어렵다는 소문난 도제식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웹툰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 시스템이 붕괴했다. 기존 시스템이 붕괴되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오직 소비자의 선택으로만 1등을 결정한다는 공정한 디지털 생태계의 룰이 정해지자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디지털 신대륙으로 쭉쭉 뻗어나갔고 우리나라 웹툰 플랫폼은 이들과 함께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시스템이 이 땅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우리의 신인류들은 디지털 신대륙으로 이동해 불과 10여 년 만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동시에 데이터로 검증된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시장까지 진출하며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거대한 시장과 일자리를 창조해 낸 것이다.
소비자가 왕이다, 그들을 사로잡아라
디지털 신대륙에서 일어나는 전통적인 시스템의 붕괴는 이미 많은 곳에서 또 다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한민국에 거대한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의 인기는 “1등을 시청자 여러분이 직접 뽑으세요”라는 룰의 대전환이 시작이었다. 과거에는 신인가수가 성공하려면 기획사에, 방송국에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 룰이었다면 이제 소비자를 직접 매료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 2년 전 거대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보람튜브’도 마찬가지다. 월수입 30억원이 넘을 정도로 세계적인 아역스타로 성장한 여섯 살 꼬마 유튜버 보람이를 만들기 위해 어머니가 기획사다 방송사다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뛰어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보람이는 그냥 플랫폼을 타고 친구들을 만나 거대한 팬덤을 일으켰을 뿐이다. 유튜브 조회수 94억 회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팬덤을 일으킨 ‘아기상어’도 마찬가지다. 작은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유아 대상 캐릭터 산업에서 디즈니를 꺾고 유튜브 조회수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은 디지털 신대륙의 절대법칙, ‘소비자가 왕이다, 그들을 사로잡아라’는 명령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음악 소비 변화를 보면 미래 소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음악 시장은 거대한 자본과 방송 권력을 기반으로 운영돼 오다가 소비자 팬덤에 의해 재편됐다. 우리나라 BTS와 블랙핑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 것도 디지털 신대륙에 형성된 거대한 팬덤의 힘을 입증한다. 음악 시장의 변화는 곧바로 미디어 시장의 혁명으로 이어졌다. ‘구독과 좋아요’를 애타게 외치는 파워 유튜버들이 그동안 안방을 차지하던 방송국 스타를 밀어내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며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무한도전’을 이끌던 김태호 PD의 퇴사는 권력 이동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구시대 문명의 규제에서 벗어나 당당하고 자유롭게 신인류의 선택을 받고 싶은 욕망을 누를 수 없다. 이제 방송 시장의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다시 광고와 유통산업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통매체의 광고는 빠르게 추락 중이고 TV홈쇼핑 기업들도 다급하게 ‘라이브커머스’로 전환 중이다. 결국 누구 할 것 없이 디지털 신대륙으로의 이동, 신문명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 됐다. 디지털 신대륙으로 이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소비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실력이다. 디지털 문명은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사회다.
국경 없이 성장하는 디지털 문명 생태계
많은 기업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불리는 디지털 신인류를 공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가다. 이미 혁명 중인 음악과 콘텐츠 시장에서 배울 점은 기존 시스템의 붕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 결국 디지털 신대륙에서의 큰 성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BTS는 방송국의 힘에 기댄 인기를 포기하고 SNS에서 활동하며 ‘아미’를 형성했고 이를 통해 K팝의 글로벌 성장을 실현했다. 웹툰도 기존 만화계의 붕괴를 겁내지 않은 새로운 법칙의 적용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었고, 샘 솟듯 쏟아진 글로벌 히트작들이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콘텐츠에 대한 탄탄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신대륙의 신작로를 따라 오징어 게임이 새로운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다. 이것은 모든 산업의 변화에 대한 예고편이다.
디지털 대전환, 둥지를 깨고 나와 새로운 룰을 적용하라
디지털 신대륙에 상륙하려면 기존에 누리고 있던 권력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가장 좋은 경험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대부분 기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데 집중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고객 감동을 일으키기 어렵다. 기존 방식대로 만화를 만들고 그것을 스캔해서 디지털에 올리는 것은 ‘다른 경험’의 창조가 아니다. 소비자가 열광할 경험이 쏟아져 들어올 생태계를 디자인하고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권을 발휘할 수 있는 룰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린 뒤 그 생태계 안에서 각 기업의 역할을 정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다른 기업과의 콜라보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이 될 것인지, 플랫폼과 콜라보를 할 것인지 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나의 킬러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좋은 대본과 좋은 감독을 만났고 넷플릭스의 충분한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오직 필요조건이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글로벌 표준으로 안착시킨 후 많은 한국 작품을 선보이며 이미 충분한 팬덤을 확보했는데 그 모든 시도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진됐다. 일단 오징어 게임이 방송되자 이용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데이터를 통해 메가 히트가 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즉시 서울, 파리 등지에서 체험관을 열어 팬덤 열풍을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달고나 뽑기 키트, 트레이닝복, 딱지, 구슬 등 다양한 굿즈가 출시돼 폭발적으로 팔려나가면서 ‘오징어 게임의 거대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것이 디지털 신대륙에서 팬덤이 형성되고 확산되면서 비즈니스를 키워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플랫폼에는 이 모든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데이터 형태로 저장돼 다음 비즈니스 기회에 활용된다.
가장 중요한 자본은 팬덤 창조의 힘
오징어 게임의 거대한 성공은 디지털 신대륙에서 하나의 드라마가 일으킬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의 엄청난 폭발력과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서는 팬덤 현상을 확인시켜 준다. 동시에 왜 데이터 경영, 애자일 경영, 인공지능 적용 등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이것이 세계관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열광이다. 왕이 된 소비자의 팬덤이 없다면 어떤 데이터도, 생태계도, 플랫폼도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팬덤을 창조하는 힘이 곧 코어 경쟁력이다. 우리는 그 보석을 손에 쥐고도 미리 플랫폼을 준비하지 못하고, 미리 생태계를 갖추지 못해 기회를 놓쳐 버렸다. 세계관 전환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생태계 구성원 전체가 협력하고 합심해서 꼼꼼하게 추진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모두 디지털 신대륙으로 이주를 시작해야 한다.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우리는 이제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등을 통해 글로벌 최고의 팬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톱5 안에 드는 제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부터 상품까지 디지털 신대륙에서 거대한 팬덤을 창조할 잠재력이 가장 큰 나라다. 그래서 미래는 우리에게 기회다. 디지털 신대륙으로 이주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디자인하자. 거기 우리 청년들의 꿈과 일자리가 있다.

■ 최재붕은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인류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탐색하는 공학자다.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공학의 융합, 인문학, 동물행동학, 심리학과 비즈니스의 융합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4차 산업혁명 권위자다. 베스트셀러 《포노사피엔스》를 통해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널리 알려졌다. 2014년부터 기업,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2000회 이상 디지털 문명 대전환에 대한 강연을 이어 오고 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포노사피엔스 코드 체인지9》 《코로나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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