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문제는 더 심각하다. 탄소중립 시대의 ‘악당’이건만 수요 폭발로 13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그러자 생산단가를 맞추기 힘들어진 중국과 인도는 전력난으로 공장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에선 전력 확보가 무조건 달성해야 할 이른바 ‘정치 임무’가 됐고, 인도는 135개 석탄발전소의 절반 이상에서 재고가 사흘치도 안 남은 실정이다. 석탄 수급을 해결하지 못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
에너지대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 ‘탈탄소 정책의 역설’이 꼽힌다. 유럽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석탄발전소를 무더기 폐쇄하고 풍력발전을 늘렸다. 하지만 바람이 약해져 발전량이 급감하면서 화석연료 가격 급등 사태를 부르고 말았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의 습격’이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전력 부족이 발생하면 어떤 선진국도 빠른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온갖 후유증이 본격화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의 위험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대체원을 확보하지도 않은 채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해 전력대란을 자초한 중국 정부의 ‘에너지 정치’를 타산지석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린플레이션 위험으로 치면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높다. 두 달 전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구축에만 1248조원이 필요해 “졸속 계획”이라는 과학자들의 반발 성명을 불렀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무탄소 신전원’ ‘암모니아 발전’ 등의 방안이 많아 ‘SF소설이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탄소중립은 기술혁신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그 기술의 결정체가 원자력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풍력 태양광의 간헐성 변동성 문제를 보완하는 발전도 원자력이 유일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정책전문가가 얼마 전 한경 주최 행사에서 “미국 정부는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한다”고 한 대목도 곱씹어야 한다. 교조적인 탈원전 정책 탈피가 무엇보다 시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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