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60대 뭉친 네오스의 반란…"절삭유 청소기로 해외시장 접수"

입력 2021-10-05 17:27   수정 2021-10-14 19:16


컴퓨터 수치제어(CNC) 공작기계는 금속 등 산업용 부품 소재를 가공하는 장치다. 정밀 부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까닭에 CNC 공작기계를 들여놓지 않은 제조 공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NC 공작기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마찰열을 식혀주는 냉각유(절삭유)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물질이 섞인 절삭유 탓에 자동차·전자 제품의 대량 불량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경남 창원의 제조 벤처기업 네오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절삭유 필터링 기술력을 통해 국내 제조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강소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포스코에서 성능 입증
CNC 공작기계는 스핀들(회전축) 끝에 달린 공구가 회전하면서 부품 소재를 깎아내는 장비다. 요철이 일어나는 공구 끝과 부품 소재의 마찰열은 250도를 웃돈다. 22~25도의 절삭유를 투입해 열을 식혀야 부품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사용한 절삭유는 저장탱크로 회수된 뒤 재사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이면서 품질 불량을 비롯해 기계 고장, 악취가 발생할 수 있다.

네오스의 절삭유 필터링 시스템은 CNC 공작기계 작업 현장의 이런 고민을 한번에 해결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절삭유에 섞인 기름, 침전물 등 대부분 이물질을 걸러내 공정마다 깨끗한 절삭유를 투입할 수 있게 한다. 네오스는 2014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오일 스키머(기름 회수 장비)를 개발한 데 이어 유수(물·기름) 분리기, 페이퍼 필터링 시스템, 마그네틱 세퍼레이터(쇳조각을 자력으로 분리하는 장비) 등을 차례대로 개발하면서 다양한 여과 단계를 갖춘 절삭유 필터링 시스템을 완성했다.

네오스는 지난 5년간 현대자동차 및 포스코와 협력사의 국내외 공장에서 제품 현장 검증을 마쳤다. 김윤상 네오스 사장은 “국내·대만산 저가 절삭유 탱크 청소기는 큰 부스러기만 제거하는 데 그쳤다”며 “구멍이 800㎛인 망을 통과한 미세칩, 슬러지, 기름 등 이물질을 다시 3㎛ 수준으로 걸러 유체 품질을 크게 개선한 것은 우리 제품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6000억원 국내 시장 선점할 것”
김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오랜 기간 설비 분야를 담당한 ‘상사맨’ 출신이다. 퇴직 후 국내 CNC 공작기계 회사에서 5년간 최고경영자를 맡았다. 국내 산업 현장의 열악한 절삭유 관리 실태를 알게 된 계기였다. 그는 직접 절삭유 필터링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절삭유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만으로 국가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분야별 최고 전문가인 60대 시니어 엔지니어들을 모아 2014년 회사를 설립했다.

네오스가 최근 개발한 이동형 탱크 청소기 역시 김 사장의 현장 경험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기존 절삭유 필터링 시스템에 바퀴를 달아 하루 20대의 CNC 공작기계에서 나오는 절삭유를 처리할 수 있다. 공작기계마다 필터링 시스템을 설치하기에 자금 여력이 부족하거나 공간이 비좁은 중소기업을 겨냥한 제품이다.

공작기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CNC 공작기계 설치 비용 중 필터설비 투자비율은 평균 7% 수준이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20%)에 비해 크게 낮다. 김 사장은 “선진국 수준까지 필터설비 투자를 확대하면 국내에서만 연 6000억원의 신규 시장이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 현지 제조공장을 마련하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대상으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을 벌이는 등 글로벌 시장 선점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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