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최대 2.7억, 마통 1.5억…'대출 난민' 토스뱅크로 몰리나

입력 2021-10-05 17:44   수정 2021-10-14 19:17

‘토스뱅크를 바로 쓰실 수 있어요.’ 5일 오후 1시, 기자의 스마트폰 토스 앱에 알림이 도착했다. 알림을 따라 앱에 접속하고 ‘무조건 연 2%’ 이자를 주는 토스뱅크 통장을 개설했다. 상품 설명, 금융거래 목적 확인, 신분증 촬영을 통한 본인 확인 등을 거쳐 통장을 개설하는 데 3분이 채 안 걸렸다.

불과 8영업일 전에 한 저축은행에서 입출금 계좌를 개설한 이력이 있어 계좌 개설 자체가 거절될 줄 알았지만 그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1일 이체한도가 100만원으로 묶인 한도제한계좌로 개설되긴 했으나 수상한 거래 활동이 없는 이상 20일 후에는 자동으로 이체한도도 상향된다고 했다. 소비자 사이에 불편이 컸던 ‘단기간 다수 계좌 개설 제한’을 토스뱅크가 과감히 푼 것이다. 현재 은행·저축은행·증권사 등 대부분 금융사는 2009년부터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대포통장 방지를 위해 소비자가 약 한 달(20영업일) 이내 다른 금융회사에서 입출금계좌를 개설한 경우 통장을 만들어주지 않고 있다.


별도의 일회용비밀번호(OTP) 기기 없이 체크카드로 고액 송금이 가능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토스뱅크는 소비자가 1000만원 이상을 송금할 때 OTP 인증 대신 스마트폰 뒷면에 토스 체크카드를 갖다대고 추가 생체 인증만 거치도록 했다. 체크카드는 통장을 개설할 때 함께 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앱의 사용자환경(UI)과 상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은 일부 소비자에겐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토스뱅크 통장을 개설한 직장인 A씨는 “‘토스뱅크 통장’과 ‘모으기 통장’의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없어 일일이 상품 설명서를 찾아보느라 오히려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연 2% 수시입출금 예금 주목
토스뱅크가 5일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상품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개인 신용대출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대부분 시중은행이 최대 한도를 5000만~1억5000만원으로 줄인 상황에서 최대 한도 2억7000만원이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개인별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연 소득이 2억7000만원인 고소득자도 2억7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저신용자가 토스뱅크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신용평가시스템을 완전히 새로운 방향에서 구축해 실제 대출받은 적이 없어도 결제·잔액 등에 따라 상환능력이 검증됐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거절된 사람 중 30% 이상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는 연말까지 신용등급 4~7등급(KCB 820점 이하)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신용대출 비중을 34.9%에 맞출 계획이다.

화제를 모은 연 2.0% 금리 수시입출금식통장은 ‘고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다. 은행에 예금금리는 곧 원가를 뜻하는데, 대출금리는 시중은행 수준인 반면 예금금리는 2금융권 수준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물론 다른 은행보다 높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비용 구조”라며 “건전성과 수익성 등 정부 규제를 준수하면서 지속가능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도록 상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변수
고신용자의 경우 실제로 연 소득만큼 신용대출 한도가 나올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당국이 토스뱅크에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가계대출 총량을 5000억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이 올 들어 8월까지 2조7300억원에서 5조7200억원으로 월평균 3737억원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토스뱅크가 케이뱅크만큼 대출을 빠르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홍 대표는 “정책뿐 아니라 시장 경쟁 상황, 고객 수급에 따라 대출 규모는 유동적으로 변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의 총량규제가 중신용대출 확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증빙소득이 많지 않은 중저신용자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하로 제한하면 내줄 수 있는 한도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신용대출 비중을 늘리고 싶어도 중신용자에게 한도를 많이 내줄 수 없는 모순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진우/빈난새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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