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 개인 회사 논란, 창작자 불공정 계약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논란이 된 사업을 철수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카카오 사업 구조를 해외 진출과 혁신 사업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힘 없는 사람에게 기회 줘야 한다는 사명감 있어"
김 의장은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으로 돈 없고, 빽(인맥)도 없고, 기술도 모르는 사람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강조했다.앞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도마에 오른 카카오는 지난달 14일 상생안을 내놓으며 골목 상권 침해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생안은 골목 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3000억원 향후 5년간 조성 등이 골자였다.
특히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촉발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빠른 택시 배차 서비스인 '스마트호출' 폐지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 철수 등의 방안도 내놨다.
정무위 의원들 카카오 논란 질의에…김범수 "개선하겠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김 의장의 개인 회사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장의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해 "총수 일가의 재테크 놀이터인가"라고 추궁했다.이에 김 의장은 "케이큐브홀딩스는 논란이 없도록 앞으로 가족 형태의 회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로 전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 일정을 좀 더 앞당겨서 진행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의장은 "케이큐브홀딩스는 2007년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를 한국에 이식하고자 카카오보다 먼저 설립한 회사"라며 "2007년도에 카카오를 설립하고 나서 사실상 케이큐브홀딩스는 이해관계 충돌 때문에 사업의 모든 진행을 멈췄다"고 부연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 부분이나 문제의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선 과감하게 수정을 하고 개선하는 속도도 내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을 정리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2007년에 카카오에 투자해놨던 거라 사실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못 찾겠다"고 했다. 그는 또 동생 김화영씨가 케이큐브홀딩스의 퇴직금으로 14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선 "제가 생각해도 퇴직급여 부분은 좀 많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콘텐츠 창작자 생태계 확장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콘텐츠 장르가 2차 저작물로 제작되며 글로벌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의 수익 분배에 대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진 의원은 카카오(카카오페이지)가 창작자 생태계 확장을 위해 대국민 공모전을 개최하는 점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공모전 작품의 2차적 저작물 권리가 플랫폼 사업자(카카오)에 귀속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창작자에게 실질적 권리가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김 의장은 "창작자가 훨씬 더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가야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2차 저작물은 작가와 협의를 통해서만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CEO(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관련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전 공모작들에 대한 진 의원의 재검토 요청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또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사과하면서 관여된 사업이 있다면 철수하겠다는 뜻도 재차 확인했다. 김 의장은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 부분이 좀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오히려 골목 상권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찾겠다"며 "개인적으로도 회사가 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찾아서 일부는 꽤 진행을 했고 좀 더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투자해놓은 회사 중 미래 방향성이나 약간 글로벌향(向)이 아닌 회사는 많이 정리하려고 생각 중"이라며 "카카오가 해야 할 일과 안 해야 할 일에 대해 구분을 해야 한다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도 정말 커졌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가맹 택시 수수료율이 20%나 된다는 지적에 "플랫폼 이용자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수수료율이 점차 내려 가야한다"며 "수익이 많아지면 당연히 5%나 그 이하로도 갈 수 있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못 왔다"고 했다. 이어 "수수료율이 과도해 전체 영업이익이 과도한 업체는 그 부분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는 필요하다고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국민 사랑받은 때로 돌아가도록 뼈 깎는 노력할 것"
이날 정무위 의원들은 플랫폼 성장의 배경에 '국민'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편의를 증진시키는 기업과, 국민을 약탈해가는 기업의 차이는 경영자 마인드 차이로 이건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카카오가 내놓은 개선책이 우는 아이에게 과자를 던져주는 임시방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이 카카오 덕에 편하게 돈 벌었다는 이야기 좀 듣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의장은 "명심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수익을 내기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비대면 상황이 길어지면서 수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적으로도 카카오 자회사들의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통렬한 반성이 있었고, 국민의 사랑을 받은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때로 돌아가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재옥 정무위원장이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자 "모든 논란 속의 책임은 저한테 있으며 대단히 죄송하다"며 4시간여 동안의 국감 출석을 마치고 오후 6시께 자리를 떴다. 김 의장은 오는 7일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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