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입찰을 따내면서 삼성자산운용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계속 주간운용사 지위를 지키게 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연기금투자풀 제도 도입 이후 첫 주간운용사로 선정된 뒤 이번까지 6회 연속 선정됐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는 개별 연기금에서 예탁한 자금을 통합 운용하고, 운용 기준에 따라 개별 운용사에 자금을 배정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주간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두 곳이다. 삼성자산운용이 25조원, 올해 4월부터 새로운 복수 주간운용사로 선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약 10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두 주간운용사의 선정 시기가 다른 건 제도 운영 도중인 2013년에 주간운용사를 복수로 정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는 대형 자산운용사의 자존심이 걸린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운용 보수 수익이 크지는 않지만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나랏돈’을 한데 모은 연기금풀 자금을 책임지고 운용하는 역할이라 상징성이 크다”고 했다. 사립대 등 민간 기금 운용을 따내기 위한 트랙레코드(운용 이력)도 쌓을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연기금투자풀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회사만의 노하우가 반영된 독보적인 기금 운용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적극적·전술적 자산 배분, 세부 자산군별 스타일 전략 활용으로 기금의 초과 이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11.2%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했다. 이어 “산재보험기금은 근로자를 위한 소중한 재원”이라며 “사회안전망 성격을 지닌 기금의 목적사업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안정적 수익 창출 및 공공성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자산운용은 2019년부터 2000억원 규모의 서울대 발전기금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500억원 규모인 이화여대 기금 위탁운용 기관으로 선정됐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연금상품 대표 금융사인 캐피털그룹과 손잡고 한국인 생애주기에 맞춘 TDF를 설계했다. 삼성 한국형 TDF는 캐피털그룹이 운용하는 16개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분산 투자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 및 신흥시장의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등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TDF는 대부분의 국내 연금자산 투자자가 자산 배분에 대한 방법과 시기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예상되는 은퇴 시점만 정하면 펀드가 자동으로 최적의 자산 배분 투자를 수행한다. 청년기에는 주식 비중을 79%까지 늘렸다가 은퇴 시점에는 29%, 이후 30년간 18%로 축소해 자동으로 적극적 투자에서 보수적 투자로 변한다. 펀드 내 자산 배분도 초기에는 성장주 중심에서 시간이 갈수록 배당주 등 인컴펀드로 변화한다. 채권투자도 하이일드 비중을 점차 줄이고 글로벌 국채 중심의 안정적인 투자로 알아서 전환하게 된다.
삼성 한국형 TDF는 출시 이후 꾸준히 수탁액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순자산이 약 2조1000억원에 이른다. 연금상품 목적에 맞게 체계적인 글로벌 자산 배분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나가고 있다.
삼성 한국형 TDF 시리즈는 10종류가 있다. 타깃데이트와 주식 편입 비중에 따라 2015, 2020, 2025, 2030, 2035, 2040, 2045, 2050, 2055로 나뉜다. 숫자가 높을수록 주식 비중이 높아 공격적이다.
펀드 선택 방법은 간편하다. 예를 들어 2030년 은퇴가 예상되면 2030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물론 다른 펀드 선택도 가능하다. 은퇴 시점이 멀수록 주식 비중을 높이고 가까울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자산 배분을 실행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저비용 분산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삼성 ETF TDF’ 시리즈도 출시했다. 최근 연금계좌를 통한 ETF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직접 ETF에 투자하는 게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ETF TDF를 대안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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