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올랐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휘청대고 있다. 소형 SUV의 주 수요층이던 2030 첫 차 구매자가 경형 SUV인 현대차 캐스퍼로 관심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국내 완성차 5사 판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소형 SUV 판매대수는 총 7780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161대가 팔린 것에 비해 66.5% 감소했는데, 이 기간 반도체 공급난 여파를 겪으며 발생한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 감소율 33.7%의 두 배에 달한다. 반도체 공급난과 별개로 소형 SUV의 인기가 지난달 유독 시들해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달 소형 SUV 판매량을 모델별로 보면 현대차 베뉴가 1163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2% 감소했고 코나는 347대가 팔리며 88.8% 급감했다. 기아 니로는 1765대가 팔려 6.3% 늘었지만 셀토스는 2360대가 판매돼 32.3%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르노삼성의 XM3는 전년 대비 32.4% 감소한 1168대가 팔렸고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판매량은 6대에 그쳐 감소율이 98.6%에 달했다. 쌍용차 티볼리도 49.0% 줄은 971대 판매에 그쳤다.
캐스퍼는 기아 모닝과 레이에 탑재됐던 전방충돌 방지보조(FCA), 차로이탈 방지보조(LKA)에 더해 경차 최초로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과 차로 유지 보조(LFA)를 적용했다. 운전에 능숙하지 않더라도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앞 차와 간격을 맞춰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차가 보조해주는 첨단 운전자 보조기능(ADAS)이다.
캐스퍼는 공간 활용성도 극대화했다. 앞·뒤 좌석을 모두 접으면 2059mm의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160mm까지 이동 가능한 뒷좌석을 앞으로 밀면 301L의 트렁크 적재공간이 생긴다. 코나, 베뉴 등 소형 SUV 트렁크 적재용량이 374L, 355L인 것에 비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뒷좌석은 혹시 모를 승객을 위해 최대 39도까지 젖힐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도 갖췄다.
경차는 소형 SUV에 비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의 운전 편의성과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강화된 ADAS와 공간 효율성을 갖춘 캐스퍼가 등장하면서 소형 SUV 수요층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경차와 소형 SUV의 축간거리 차이가 200mm 수준으로, 공간 활용성까지 높인 덕에 뒷좌석을 사용하지 않거나 트렁크 적재공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크게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혼자 또는 둘이 타면서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경차가 소형 SUV의 대체재가 된다는 것이다.
보험료와 세금 등 유지비를 감안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만 26세 운전자를 기준으로 경차의 평균 1년 보험료는 60만원대다. 같은 조건의 소형 SUV 보험료가 연 150만원대인 것에 비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자동차세 역시 경차는 10만원 수준으로, 1월 연납을 한다면 9만원 정도로 내려간다. 소형 SUV와 비교해 3분의 1만 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승용차 기준으로 차량 가격의 7%에 해당하는 취등록세는 4%만 내면 된다. 그나마도 50만원이 공제되기에 차값 1250만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외에도 유류세 환급제도를 통해 매년 기름값 20만원을 절약할 수 있고 △공영주차장 50% 할인 △지하철 환승 주차장 최대 80%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혼잡 통행료 50% 할인 △차량 10부제 및 서울 자동차 요일제 제외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차량 유지비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경제성을 제공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의 주된 소비층은 첫 차를 구매하는 2030 소비자였다. 이들이 소형 SUV를 선택했던 것은 아직 불안한 운전 실력을 보완해줄 ADAS 기능을 갖춘 차량 중에서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라며 "경제성에서 경차가 여전히 우위에 있는 가운데 ADAS 성능이 강화되고 공간 효율성도 증대되면서 소형 SUV 수요 일부가 경차로 이탈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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