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테크 기업에 있어 개발자들은 기업의 엔진 역할을 하는 핵심 역량이다. 더욱이 R&D 기술 개발 총 책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흔히 기업 테크 책임자인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본연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술조직과 사업조직의 가교(Technical businessman)로서의 역할 설정·공유, 기술 지식과 사업가적 마인드의 겸비, CEO 등 고객과의 신뢰 관계 구축, R&D 평가 시스템의 효과적인 활용, 개방적이고 투명한 R&D 조직·프로세스 운영 등 5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들 한다.
덴탈 3D 스캐닝 솔루션 전문 글로벌 메디테크 기업 ㈜메디트의 이동훈 R&D본부장은 CTO의 역할과 개발자가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숫자를 통해 증명하고 있는 3D 스캐닝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톱 클래스 개발자다.
그가 현재 몸담고 있는 메디트와 과거 일했던 3D 스캐닝, 프린팅 업체인 아이너스 기술 및 3D 시스템즈 등 몸 담았던 회사에서 기록한 해외수출액만 줄잡아 10억달러(1조)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중 상당 부분을 개발자인 그가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D 구강스캐너 업계의 애플, 테슬라로 주목 받는 메디트
그가 R&D 센터 수장으로 있는 메디트는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된 3차원 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치과용과 산업용 3차원 스캐너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2000년 설립된 후 산업용 3차원 스캐너를 주로 개발 생산해왔다. 2007년 치과용 의료장비 시장의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8년 환자의 치아와 구강조직을 실시간으로 3D 이미지로 구현하는 구강스캐너 i500를 출시한 것이 모멘텀이 돼 글로벌 디지털 덴티스트리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다.
현재 매출의 80%가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내에 본사를 둔 글로벌 2위 3D 구강 스캐너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500만 달러 수출의 탑’ 수상, 2015년 ‘글로벌 강소기업’ 선정, 2016년 ‘장영실상’ 수상, 2018년 ‘세계일류상품’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에는 강력한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신제품 i700이 북미지역 덴탈 시장에서 가장 권위있는 “Cellerant Announces the 2021 Best of Class Technology Award”에 선정돼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인정받는 유수 브랜드 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더욱 많은 이들이 보다 편리한 디지털 덴티스트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난 2019년에는 엔비스타 그룹, 2020년 말에는 스트라우만 등 세계적인 임플란트 기업과도 글로벌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 글로벌 임플란트 시장 점유율 1, 2위 업체 모두에게 구강스캐너를 공급하며 디지털 덴티스트리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메디트는 특히 2017년 이동훈 CTO가 메디트에 입사해 R&D 조직을 이끌며 i500 및 i700등 구강스캐너와 T-Series로 불리는 Tabletop scanner 개발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특히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기 시작했다. 기존 장민호 창업자가 지난 2000년 메디트를 창업해 산업용 3D 스캐닝을 개발 생산하며 회사의 하드웨어 분야의 기초 체력을 완벽하게 다져 놓고 도약할 채비를 마친 상황에 이동훈 본부장이 합류하면서 비상의 날개를 단 셈이다.
장민호 창업자와 이동훈 CTO의 인연은 대학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둘은 국내 1호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캐드 연구실 선후배 사이다. 당시 이 연구소를 이끌던 이건우 교수가 국내 CAD 1호 박사였고, 메디트의 장민호 창업자와 이동훈 CTO 등 이곳 출신 석박사들이 현재 글로벌 CAD 업계의 최고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국내 벤처 창업 붐이 일던 벤처창업 1세대이기도 한 이동훈 CTO는 1998년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장민호 창업자를 비롯한 연구소 선후배들과 산업용 3D 스캐닝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력한 아이너스기술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IT 기업 창업 붐이 일 당시 기업체 취업 보다는 창업을 선택한 것이다. 이동훈 본부장이 CTO이기는 하나 경영이나 마케팅 분야에 대해서도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CTO가 아이너스기술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며 회사를 키워나간 반면 장민호 창업자는 3D 스캐닝 하드웨어 개발에 대한 뜻을 품고 KIST로 옮겨2000년 현재의 메디트를 설립했다.
이후 아이너스 기술은 국내 산업용 3D 스캐닝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로 해외에서 인정받는 회사로 성장했고 2012년에 세계적인 3D프린팅 솔루션 기업인 3D시스템즈에 흡수합병되면서 창업멤버였던 이동훈 CTO는 이른 바 성공적인 엑시트를 했고 장 창업자의 러브콜에 2017년에 메디트로 적을 옮기게 됐다.
장 창업자가 메디트에서 하드웨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안 이동훈 CTO는 아이너스기술에서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키웠고 이동훈 CTO가 메디트에 합류하면서 두 사람의 시너지는 폭발했다. 대표 베스트셀러 i500의 독보적 성능과 직관적인 소프트웨어, 경쟁력 있는 가격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 국가에서 없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만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메디트의 고속 성장 비결로 이동훈 CTO는 “메디트는 이미 치과업계 뿐 아니라 글로벌 의료 산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메디테크 기업이다. 하고 있는 주력 제품은 스캐너이지만, 우리 회사의 숨은 밸류는 소프트웨어”라며 소프트웨어의 강점을 손꼽는다.
특히 “3D 구강스캐너 시장 진출 당시 후발주자인만큼 해외시장에서 통할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존 시장을 철저히 분석해 기존에 메디트가 가지고 있던 우수한 하드웨어 제조기술에 누구든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의 업무 편의를 향상시켜주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했는데 그 점이 해외 시장에서 메디트만의 강력한 차별점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메디트는 치과와 치과기공소, 환자가 하나로 연결되는 디지털 치과 전문 플랫폼인 ‘메딧링크’를 구축해 제공하고 있다. 이 플랫폼 안에는 사용자의 워크 플로우를 향상시키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탑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매년 2~3회씩 무상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해 다양한 기능 추가와 사용자 편의성의 개선 뿐만 아니라 스캐너 장비의 속도와 정밀도를 향상시키고 플랫폼 내 고객이 요청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의료산업에서 한국이 선도하는 분야가 극히 드문데 메디트는 세계적인 수준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자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와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개발자 천국 만들어 기업 발전 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더 큰 기여하고 싶어"
이동훈 본부장이 3D 스캐닝 기술 분야의 톱 클래스 개발자인데다 창업과 경영 경험까지 함께 갖춘 드문 CTO라는 사실이 입소문이 나면서 그에게 일을 배울 목적으로 입사하는 개발자들이 적지 않다는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동훈 CTO는 메디트가 개발자들이 일하기 정말 좋은 회사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국내에서는 메디트를 제조회사로만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 어떤 회사 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고 개발자가 할 일이 많은 회사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메디트에는현재 약 100명이상의 R&D인력이 근무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인력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로 메디트 R&D 센터는 이동훈 CTO가 글로벌 고객과 회사를 경험하며 터득한 개발자로서의 이상적인 조직 문화와 개발자를 위한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먼저 이동훈 CTO는 개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정보의 공유라고 여겨 지금처럼 스타트업들의 복지나 수평적 조직문화가 회자되기 이전부터 유연 출퇴근제, 수평 호칭체계를 시행해왔다. 특히 신입사원부터 C레벨 임원까지 회사의 개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사내 지식 공유 시스템’은 메디트 R&D 조직만의 문화로 꼽힌다.
또한 메디트의 소프트웨어 개발 사이클은 매우 빠른 편이며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술 스택을 다양하게 활용해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고 그 안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한다. 회사에서 필요한 프로그램도 직접 개발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인공지능(AI), 클라우드, 프레임워크, UI, 메타버스, 딥 러닝, 가상현실(VR)까지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특히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원하는 제품을 자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메디트 R&D센터의 또 다른 강점은 개발자가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어떻게 상용되는지 피드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동훈 CTO의 주도로 메디트의 해외 파트너 및 주요 고객들과 소통하는 페이스북 팬 페이지를 개설해 수시로 고객들의 피드백을 확인하고 소통해 이를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해외 파트너사들이 그의 영어 이름인 ‘Michael’을 먼저 찾을 정도로 이 곳에서 이동훈 CTO의 활약은 남다르다. 특히 이동훈 CTO가 팬 페이지를 통해 고객이 요청한지 이틀 만에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뚝딱 만들어 낸 일화는 유명하다.
이동훈 CTO는 “개발자로서 개발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얻게 되는 인사이트를 적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메디트에는 실제로 제품을 개발한 이후에 내가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어떻게 상용되는지,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직접 듣고 시장의 요구에 맞춰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또, 대부분의 파트너와 고객사가 해외에 있다 보니 해외 근무 경험의 기회가 많고 이러한 경험을 신입사원 등 개발자의 연차나 직급에 관계없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메디트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소개한다.
아이너스기술의 성공적인 엑시트 이후 일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도 있는데 왜 메디트에 합류해 고단한 개발자의 길을 다시 걷는 지 묻는 질문에 이동훈 CTO는 “우수한 개발자일수록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개발 환경이나 시장의 요구가 그야말로 급변하고 있는데 그 변화의 흐름은 현장에 있어야만 읽을 수 있고 따라갈 수 있다”고 답했다.
덧붙여 “메디트는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회사이면서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라며 “현재 주력하고 있는 디지털 덴티스트리 시장만 놓고 보아도 구강 스캐너의 전 세계 도입률이 10%가 안되지만 연 10%이상 성장하는 블루오션 시장이며 메디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너스기술과 메디트에서 일한 지난 20년 이상의 기간동안 두 회사가 기록한 수출액 총액이 줄잡아 1조원은 될 것 같다”며 “개발자로서 나의 노력의 결과물이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크다”고 말했다.
개발자로서 메디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개발자들의 천국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덧붙여 “자유롭게 원하는 지식을 배울 수 있고 선배 개발자들의 역량이나 경험, 성공 노하우뿐만 아니라 페인 포인트까지 오픈돼 있는, 개발자들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며 “회사의 요구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개발하고, 개발자로서 조직의 성공에 기여한 만큼 보상 받는 그런 개발자들을 위한 조직을 만들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면에서는 목표도 있다. 그는 “2023년까지 글로벌 덴티스트리 시장 NO.1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i500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i700을 출시했고, 국내외 시장에 i700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강스캐너의 보급률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고, 실제 구강스캐너 시장자체가 연 20% 이상 급격히 성장하는 블루오션인 만큼 가능한 목표라고 확신한다는 설명이다.
메디트에서 새롭게 출시한 i700은 기존 자사 제품 대비 무게는 245g으로 가벼워지고 스캔 속도는 2배 빨라지고 정밀도는 2배 향상됐다. 가벼워진 무게와 향상된 성능으로 끊어짐 없는 매끄러운 스캔이 가능하다. 리모트 컨트롤 버튼을 사용해 키보드를 만지지 않고도 스캔 데이터를 확인하거나 별도의 파워 허브 없이 스캐너와 노트북을 바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등 사용자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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