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내부자 거래 뿌리 뽑으려면

입력 2021-10-06 17:16   수정 2021-10-07 00:19

미국 뉴욕 월가는 최근 골드만삭스 직원의 일탈 행위 때문에 적잖이 술렁였다. 선임 애널리스트인 호세 산체스가 업무상 취득한 기밀 정보를 이용해 45차례나 주식 거래를 하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업무 시간에 주문을 냈다.

규제당국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산체스가 기업 간 인수합병정보를 주로 활용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공개했다. 9개월간 얻은 수익은 47만1000달러로 계산됐다. 산체스는 자신의 거래 내역을 숨기려고 부모 이름의 계좌를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지만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작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발생 후 이런 내부자 거래가 늘고 있다는 게 SEC 측의 설명이다. 증시 활황과 맞물려 한몫 챙기려는 시도가 많아졌다고 한다. SEC가 내부자 거래로 단정하고 기소한 사례는 작년에만 33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의 30건보다 증가했다.
美 내부고발자 1300억원 포상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정식 기소를 피하려고 막대한 합의금을 내고 서둘러 사건을 종결짓는 의심 거래 건수는 훨씬 많다. 재판을 거쳐 유죄 판결을 받으면 벌금은 물론 중형에 처해질 수 있어서다. 내부자 거래 조사가 어려운 건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워낙 극소수의 이해관계자만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당국이 사실상 금액 제한이 없는 포상 제도를 운용하는 배경이다. 불공정 거래 정보를 알고 있는 내부자의 공익 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방편이다.

SEC가 고발자 포상금 제도를 도입한 건 2012년이다. 지금까지 207명에게 10억7000만달러를 포상했다. 작년 10월엔 내부 고발자의 ‘잭팟’이 터졌다. 한 고발자가 1억1400만달러를 탄 것이다. 우리 돈으로 1300억원이 넘는다. 100만달러 이상 벌금이 부과되면 그 액수의 10~30%를 내부 고발자에게 지급하도록 한 규정 덕분이다.

포상 제도가 내국인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2014년 미국 회사를 다니던 외국인이 SEC에 신고한 뒤 3000만달러를 받은 적이 있다.

내부 고발자가 관련법에 따라 철저히 비밀을 보장받는 것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신원이 공개될 수 없다. 불공정 거래 행위자로부터 보복을 당하면 국가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 이중 삼중 내부 고발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결정적인 제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SEC의 얘기다.
실효 대책 없으면 백약이 무효
SEC는 내부자 거래를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악질 범죄’로 보고 있다. 내부자 거래가 발생하면 반드시 손실을 보는 사람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식 거래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날 수 있다. 기업은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진다. 포상금 규모가 총 1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을 전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트위터에 “고발자 포상 제도야말로 투자자들을 불법 행위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의 금융감독원과 검찰, 한국거래소도 내부자 주식 거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다. 의심 거래가 적지 않지만 실효성 있는 장치가 없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석에서 “내부자 거래가 강하게 의심돼도 재판까지 가면 번번이 깨지기 때문에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한 적이 있다.

내부자 거래의 발본색원은 건전한 시장경제를 조성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처벌 강화와 함께 실효성 있는 적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막대한 규모의 포상금 제도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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