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당국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산체스가 기업 간 인수합병정보를 주로 활용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공개했다. 9개월간 얻은 수익은 47만1000달러로 계산됐다. 산체스는 자신의 거래 내역을 숨기려고 부모 이름의 계좌를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지만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작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발생 후 이런 내부자 거래가 늘고 있다는 게 SEC 측의 설명이다. 증시 활황과 맞물려 한몫 챙기려는 시도가 많아졌다고 한다. SEC가 내부자 거래로 단정하고 기소한 사례는 작년에만 33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의 30건보다 증가했다.
SEC가 고발자 포상금 제도를 도입한 건 2012년이다. 지금까지 207명에게 10억7000만달러를 포상했다. 작년 10월엔 내부 고발자의 ‘잭팟’이 터졌다. 한 고발자가 1억1400만달러를 탄 것이다. 우리 돈으로 1300억원이 넘는다. 100만달러 이상 벌금이 부과되면 그 액수의 10~30%를 내부 고발자에게 지급하도록 한 규정 덕분이다.
포상 제도가 내국인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2014년 미국 회사를 다니던 외국인이 SEC에 신고한 뒤 3000만달러를 받은 적이 있다.
내부 고발자가 관련법에 따라 철저히 비밀을 보장받는 것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신원이 공개될 수 없다. 불공정 거래 행위자로부터 보복을 당하면 국가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 이중 삼중 내부 고발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결정적인 제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SEC의 얘기다.
한국의 금융감독원과 검찰, 한국거래소도 내부자 주식 거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다. 의심 거래가 적지 않지만 실효성 있는 장치가 없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석에서 “내부자 거래가 강하게 의심돼도 재판까지 가면 번번이 깨지기 때문에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한 적이 있다.
내부자 거래의 발본색원은 건전한 시장경제를 조성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처벌 강화와 함께 실효성 있는 적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막대한 규모의 포상금 제도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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