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인 쇼크,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기술 시대 도래에 맞물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을 종합세트로 준비해야 한다. 작년 4·15 총선에서 집권 여당은 예상 외로 압승했다. 그러자 곧바로 여당은 앞선 국회의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된 노동관계법 3개 법안(노조법·교원노조법·공무원노조법)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등 핵심협약 3개(87호·98호·29호) 비준을 각각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특히 노조법 개정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33조 1항) 중 노동계에 유리한 단결권에 집중해 해고자·실직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고,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했다.
집권당은 ‘헌법 개정’보다 어렵다는 ‘노동관계법 3개 법안’을 개정했다. 이런 법안 처리가 목전의 선거나 지지율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인 듯했다. 야당은 입법 폭주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내년 3월 20대 대선 직후에는 정부가 ILO에 기탁했던 3개 핵심협약 비준서가 발효된다. 그 기간까지 노사 간 균형 및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행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제도는 사용자만 일방적으로 규제할 뿐 아니라,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까지 행하고,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적 규율도 전혀 없다.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의 대응행위만을 범죄행위로 보아 위축시킴으로써 노사 간 힘의 균형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다. 경제계는 선진국과 같이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 형사처벌 폐지 등을 통해 노동계로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 줄 것을 간절히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반응은 없었다.
헌법상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에 대한 사용자의 침해(지배·개입)는 원래 노동조합이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조합 운동의 초기에는 국가가 개입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시켰다. 근자에는 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제도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이를 남용하거나 다른 요구의 관철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도 부당노동행위라면서 무분별한 고소·고발·진정으로 소모적인 분쟁만을 일으킨다. 결국 노사 간의 불신과 갈등관계가 고착돼 협력적 노사관계의 구축은 어려워진다.
부당노동행위 관련 제도가 있는 선진국들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도 균등하게 규율하거나, 형사처벌보다는 노동위원회를 통한 행정 제재로 관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데 부당노동행위 자체를 범죄화해 사용자만의 형사처벌이 최적의 규율방식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부당노동행위제도의 형사처벌 ‘폐지’는 노사가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디딤돌이다. 아직도 노조법 개정을 논의하지 못한 채 노동개혁의 톱니바퀴는 돌고 있다. 정부는 부당노동행위의 형사처벌 및 노동관계법 처벌조항의 전반적인 정비를 위해 하루빨리 노사단체가 참여하는 논의 틀을 운용해야 한다. 국회도 미래의 성숙한 노사관계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동개혁에 진력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