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업무효율성 높이는 DX 가속화…AI·클라우드가 생사 가를 것"

입력 2021-10-06 17:25   수정 2021-10-07 00:39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란 단어가 경영계에 회자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부터다. 기업 경영진은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는 건 느끼고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는 데 주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은 필수적으로 DX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앤드루 아나그노스트 오토데스크 최고경영자(CEO)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를 통한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나그노스트 CEO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NASA(미국 항공우주국) 연구원, 록히드 에어로뉴티컬 시스템, 엑사 등에서 25년간 일한 디지털 경영 관련 세계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디지털 전환의 인프라…대세가 된 클라우드
팬데믹 이후 전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디지털화의 장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게 아나그노스트 CEO의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 프로세스는 기존 아날로그 업무 방식보다 예측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한 기업은 건물 시공, 제품 제조에 소요되는 비용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점은 ‘지속가능성’이다. 아나그노스트 CEO는 주요 고객사인 건설업체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클라우드 도입을 통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건설회사들은 가상의 환경에서 건물을 만들어보고 시공 때 필요한 자재와 구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프로세스는 폐기물 감소를 돕고, 제품을 제조하듯 건물을 시공하도록 함으로써 작업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 뉴노멀 시대가 와도 기업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팬데믹 이전엔 설계 개발 때 클라우드상에서 협업하는 것을 꺼리는 고객이 많았다”며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대규모 설계 작업을 할 때 클라우드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고객들이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작업 방식을 경험한 고객들은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디지털 기반 설계로 비행기 연료 절약
아나그노스트 CEO는 DX를 통해 수많은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오토데스크의 클라우드 기반 설계·감리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해 아시아 최대 규모 연료전지발전소를 완공한 SK에코플랜트가 대표적이다. SK에코플랜트는 설계도 작성, 현장 안전 점검 등의 업무를 클라우드상의 소프트웨어로 하게 되면서 현장과 사무실에 흩어져 있는 담당자들을 모을 필요가 없어졌고 공기를 약 25% 단축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가 특수목적 콘셉트카인 ‘엘리베이트’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이 결합된 디지털 설계툴의 힘이라는 게 아나그노스트 CEO의 설명이다. 그는 “엘리베이트는 일반 자동차와 같이 바퀴로 운전하는 동시에 로봇과 같이 걸을 수 있는 독창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기존의 유사 부품보다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강한 성능의 부품을 제작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클라우드 컴퓨팅 성능을 기반으로 반복적인 분석 작업을 줄였고 혁신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도 디지털 기반 설계툴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비행기 파티션의 연료 소모량을 연 3180㎏ 절약할 수 있었다.
제조업체들도 수주 활발…경기 회복 시그널
오토데스크는 산업용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라는 특성 때문에 세계 곳곳에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고객사들이 제품을 수주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오토데스크의 ‘퓨전360’ ‘레빗’ 등의 설계 프로그램을 구입하기 때문에 동향을 비교적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아나그노스트 CEO는 “최근 고객사들의 수주가 늘고 있고 오토데스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빈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회복 시그널이 보인다는 의미다. 그는 “고객사의 프로젝트 수주가 늘어나는 등 비즈니스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제조업체는 밀린 수주(backlog)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자재와 부품 조달 같은 공급망 관련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선 “고객들이 지속 가능한 설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객사들이 건물을 더 효율적으로 건축하고, 더 적은 소재와 지속 가능한 재료로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데 관심이 크다는 얘기다.

투자자에겐 오토데스크가 ‘설계회사’에서 ‘클라우드를 통한 설계 및 제조업체’로 변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토데스크는 나스닥 상장사로 5일(현지시간) 기준 시가총액은 607억달러다. 아나그노스트 CEO는 “클라우드 기반의 오토데스크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설계 단계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 오토데스크 실적은 증가 추세다. 지난해(2020년 2월~2021년 1월) 매출은 15.8%, 영업이익은 83.4% 급증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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