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란 단어가 경영계에 회자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부터다. 기업 경영진은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는 건 느끼고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는 데 주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은 필수적으로 DX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앤드루 아나그노스트 오토데스크 최고경영자(CEO)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를 통한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나그노스트 CEO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NASA(미국 항공우주국) 연구원, 록히드 에어로뉴티컬 시스템, 엑사 등에서 25년간 일한 디지털 경영 관련 세계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또 다른 장점은 ‘지속가능성’이다. 아나그노스트 CEO는 주요 고객사인 건설업체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클라우드 도입을 통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건설회사들은 가상의 환경에서 건물을 만들어보고 시공 때 필요한 자재와 구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프로세스는 폐기물 감소를 돕고, 제품을 제조하듯 건물을 시공하도록 함으로써 작업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 뉴노멀 시대가 와도 기업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팬데믹 이전엔 설계 개발 때 클라우드상에서 협업하는 것을 꺼리는 고객이 많았다”며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대규모 설계 작업을 할 때 클라우드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고객들이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작업 방식을 경험한 고객들은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특수목적 콘셉트카인 ‘엘리베이트’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이 결합된 디지털 설계툴의 힘이라는 게 아나그노스트 CEO의 설명이다. 그는 “엘리베이트는 일반 자동차와 같이 바퀴로 운전하는 동시에 로봇과 같이 걸을 수 있는 독창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기존의 유사 부품보다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강한 성능의 부품을 제작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클라우드 컴퓨팅 성능을 기반으로 반복적인 분석 작업을 줄였고 혁신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도 디지털 기반 설계툴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비행기 파티션의 연료 소모량을 연 3180㎏ 절약할 수 있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선 “고객들이 지속 가능한 설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객사들이 건물을 더 효율적으로 건축하고, 더 적은 소재와 지속 가능한 재료로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데 관심이 크다는 얘기다.
투자자에겐 오토데스크가 ‘설계회사’에서 ‘클라우드를 통한 설계 및 제조업체’로 변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토데스크는 나스닥 상장사로 5일(현지시간) 기준 시가총액은 607억달러다. 아나그노스트 CEO는 “클라우드 기반의 오토데스크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설계 단계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 오토데스크 실적은 증가 추세다. 지난해(2020년 2월~2021년 1월) 매출은 15.8%, 영업이익은 83.4% 급증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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