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공공기관 특공 없앤다더니…기상청엔 예외였다

입력 2021-10-07 16:06   수정 2021-10-07 16:27


정부가 대통령 선거·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위해 기상청을 대전광역시로 사실상 반강제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상청 임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아파트 특별공급을 이용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다른 기관들에게는 폐지를 결정했던 아파트 특공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정부 스스로가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입수한 ‘기상청 이전 계획 및 지원 계획’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졸속 이전 추진”이라며 이전에 반발하고 있는 기상청 직원들의 문제제기를 무마하기 위해 대전 지역 아파트 특공 및 주택 취득세 감면, 그리고 최대 120만원까지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기상청은 2022년 2월부터 중소벤처기업부가 사용하던 정부대전청사 부지로 이전을 시작한다. 기상청의 대전 이전은 올해 초 급작스럽게 결정됐다. 지난해 정부는 중기부를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전시키기로 했고, 이에 대해 대전 시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지역 정가에선 중기부가 대전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대선과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정부는 지역 민심을 달래기위해 ‘부랴부랴’ 서울에 있던 기상청을 대전 중기부 부지에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정치적 판단으로 기관 이전이 졸속으로 추진됐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스스로 폐기했던 ‘특공’ 카드를 꺼냈다.

올해 5월 김부겸 국무총리는 부실 특공 사례가 속출하자 “아파트 특공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직접 ‘특공 폐기’를 밝혔다. 총리의 말과는 달리 쉬쉬하며 특공을 추진중인 셈이다. 기상청 이전은 대전시 조례를 근거로 추진 중이어서 불법은 아니라는게 정부측 해명이지만, 스스로 밝힌 원칙을 깨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상청은 애초에 지방이전 대상 기관도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처음 추진된 2005년 당시 행정자치부는 슈퍼컴퓨터 등 이전이 곤란한 첨단 장비 등을 옮기고 다시 설치해야 한다는 점을 들며 기상청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기상청 이전 사업에 대한 경제성을 조사하는 예바타당성조사도 졸속 면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사업 예타면제 신청서에 따르면, 정부는 예타면제 이유에 대해 ‘사업추진의 적시성’과 ‘지역균형발전’을 언급했다. 예타면제가 선거전 빠른 사업 추진과 지역 민심 달래기 등을 위해 결정됐다는 의미다.

권 의원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결정을 위해 ‘특공 폐기’라는 정부 스스로 정한 원칙까지 깨버렸다”며 “이전 사업이 타당한지 국정감사를 통해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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