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저소득층 급식 지원…인스턴트에 의존하는 아이들

입력 2021-10-07 17:14   수정 2021-10-18 16:28

1200원짜리 컵라면에 배추김치 대여섯 조각과 흰밥 반 공기. 부산에 사는 안상훈 군(17·가명)은 이틀에 한 번 이렇게 끼니를 때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가 등교와 휴교를 반복해 급식 지원이 불규칙해진 게 수개월이다.

하루 4만~5만원 일당을 받던 홀어머니마저 올해 초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게 되자 식사는 더 부실해졌다. 매달 나가는 월세와 병원비를 줄일 수 없어 식비를 먼저 줄인 것이다. 안군에게 식사를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안군의 가족은 현금으로 일당을 받아 소득 증빙이 어려워 코로나19 지원에서도 제외됐다”며 “지인들에게 쌀과 김치 등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아동급식카드 이용 1.8배 급증

코로나19가 1년8개월째 이어지면서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의 영양 결핍이 위험 수준에 달하고 있다.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고, 지역 돌봄기관마저 문을 닫으면서 급식에 의존하던 아이들의 끼니 해결이 어려워진 탓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아동급식카드인 ‘꿈나무카드’ 이용 건수는 378만768건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31만5064건으로,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17만9653건) 대비 1.8배가량 늘었다. 올해 1~8월 이용 건수도 224만2964건으로 월평균 28만370건에 달했다.

아이들이 꿈나무카드로 사 먹은 음식은 질이 대체로 좋지 않았다. 꿈나무카드 이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체 이용 건수 중 64.9%가 편의점에서 쓰였다. 빵집 등 제과점에서 사용한 비중도 14.1%였다. 일반 식당은 21.0%에 그쳤다.

“음식값에 비해 지원금이 적어 일반 식당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는 어렵다”는 게 아이들의 얘기다. 서울시가 지난 7월 지원금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렸지만, “음식 가격을 감안하면 여전히 적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에 사는 최모군(15)은 “짬뽕과 볶음밥도 그렇고 순댓국, 김치찌개 등도 웬만한 식당은 8000원이 넘는다”며 “편의점 음식과 떡볶이 말고는 먹을 만한 게 없다”고 토로했다.
“영양 불균형 심각”
한국경제신문이 NGO를 통해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실제로 부실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경남에서 할머니와 둘이 사는 김모군(12)은 대부분 식사를 할머니가 기르는 배추, 감자 등의 작물에 의존한다. 할머니는 집에서 1시간 넘게 떨어진 곳에서 일해 식사를 챙겨주기 어려운 처지다.

김군에게 반찬 지원 사업을 하는 희망친구기아대책의 문정은 사회복지사는 “영양 불균형이 심각하고, 시간에 맞춰 식사를 챙겨 먹는 게 어려운 것이 가장 문제”라고 설명했다. 점심은 학교, 저녁은 지역아동센터에서 하루 두 끼를 먹던 울산의 도모군(14)도 “하루 한 끼 이상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냉동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

NGO에 지원을 요청하는 아이도 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시행하는 아동 식사지원사업 대상은 올 상반기 299가구에서 하반기 371가구로 늘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추가 지원 요청이 많아 대상을 더 늘릴지 검토 중이다. 초록어린이재단 관계자는 “현재 83명의 아이에게 주 1회 도시락을 제공하는데, 도시락 사업을 신청한 지원자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영양 상태를 크게 우려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나트륨과 칼로리가 높은 편의점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주로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스턴트 음식을 계속 먹으면 성장 과정에서의 불균형이 초래된다”며 “결식뿐 아니라 영양 균형까지 고려해 복지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길성/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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