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 골퍼…해외여행 가듯 필드로

입력 2021-10-07 17:52   수정 2021-10-18 16:15


올해 골프에 입문한 박보람 씨(32)는 ‘깨백(18홀을 100타 이내에 끝내는 것)’을 앞당기기 위해 저녁마다 골프 연습장으로 향한다. 온라인 MD(상품기획자)인 그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골프용품·웨어가 늘어나는 쇼핑 트렌드에 관심을 가지다가 골프에 입문했다.

박씨는 스스로를 ‘트렌디 골퍼’로 정의한다. 골프를 비즈니스를 위한 운동이라기보다 ‘당일치기 여행’처럼 생각하며 즐긴다. 하루 하루 스코어에 연연하는 대신 럭셔리 골프웨어를 차려입고, 예쁜 구장을 찾아 영상을 남긴다. #골프스타그램 #골린이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문화가 새로 생겨난 것도 박씨와 같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바꿔 놓은 골프장의 풍경이다.

골프 인구 4명 중 1명이 2030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늘 길’이 막히자 MZ세대는 골프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음식을 즐기고, 인증샷을 남기는 라운딩 문화는 해외여행을 대체할 새로운 문화로 떠올랐다. 레저백서 2020에 따르면 2030세대 골프 인구는 올해 115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골프 인구 대비 23%로 4명 중 1명이 이른바 ‘MZ세대 골퍼’다.

골프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시대도 옛말이다. 도심의 2030세대 직장인이 많이 찾는 실내연습장 신규 회원의 남녀 성비는 6 대 4에 육박한다. 점심시간을 틈타 연습하러 오는 2030 ‘커플 골퍼’도 늘었다. 주말 골퍼 김근애 씨(35)는 “라운딩을 당일치기 여행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전날부터 마음이 설렌다”며 “평소에 입지 않는 컬러풀한 옷을 차려입고, 좋은 날씨에 잔디를 밟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떨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2030세대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골프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들은 활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는 ‘시리어스(진지한) 골퍼’이기도 하다. 직장인 김규상 씨(33)는 얼마 전 스스로 ‘비기너 레벨은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어 피팅숍을 방문했다. 드라이버 샤프트를 S(단단한) 강도로 한 단계 올렸고, 아이언의 라이각(클럽을 바닥에 놓았을 때 지면과 샤프트의 각도)도 구질에 맞게 조정했다. 그는 “이동국, 이승엽 선수가 왜 은퇴 후 평생해온 종목 대신 골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골프의 재미를 느껴 보니 이제야 이해가 간다”고 했다.
연습장도 골프장도 ‘MZ 바라기’
MZ세대 골퍼가 급증하면서 골프 연습장과 골프장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고석원 GDR 서울용산역점 레슨프로(25)는 “최근 신규 회원을 분석해 보니 20대는 10%, 30대가 40%까지 비중이 급증했다”며 “프로들의 레슨 방식도 2030세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처럼 딱딱한 레슨 방식으로는 회원들이 제풀에 지쳐나가기 일쑤”라며 “빠르게 진행하면서도 골프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도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에 올리기 좋은)’한 포토존을 대거 조성하고 있다. 펼쳐진 능선을 배경으로 멋진 스윙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여주 360CC나 배에서 뛰어내리는 퍼포먼스 촬영이 가능한 강릉 메이플비치CC 등이 인기다.


전반 9홀을 지난 뒤 들르는 ‘그늘집’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파전에 막걸리, 치킨에 맥주 등 정해진 음식이 주였다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이색 식품들이 눈길을 끈다. 아워홈이 내놓은 ‘벙커전(벙커 앞에 공이 떨어져 살았다는 뜻)’, 삼성웰스토리의 ‘라베팩(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란 뜻)’, 신세계푸드의 ‘안전빵(안전하게 공을 친다는 뜻)’ 등이다. 막걸리 대신 컵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골프장도 생겼다. 뉴서울, 블루원, 블랙스톤, 화산CC, 루트52 등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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