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찾은 경기도의 한 골프장. 1번홀(파5)부터 훅(오른손잡이 기준 왼쪽으로 흐르는 샷)이 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초보자의 숙명’이라는 슬라이스(오른쪽으로 흐르는 샷)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여겼다. 감(感)으로는 스윙이 달라진 게 없다. 이렇게 훅 병(病)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치료를 위해 서울 잠원동의 실내 골프연습장 티스테이지를 찾았다. 최첨단 론치모니터(스윙분석기)로 ‘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처방을 내려주는 곳이다. 숫자와 통계를 신뢰하는 2030 ‘데이터 골퍼’가 급증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MZ세대 골퍼들이 이용한다는 첨단 장비들을 체험해봤다.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공이 왼쪽으로 휙 감겼다. 김 프로는 고개를 갸웃하며 “훅이 날 스윙이 전혀 아니다”고 했다. 녹화 화면을 보면서 스윙을 살펴봤다. 왼 팔꿈치가 등 뒤로 향하는 ‘치킨윙’에 백스윙 시 체중 이동이 왼쪽을 향하는 ‘리버스 피벗’을 진단받았다. 데이터를 살펴보니 문제점이 더 드러났다. 클럽이 지나간 길(클럽패스)은 인 투 아웃으로 오른쪽 1.5도 전후였는데, 헤드 단면이 4~6도가량 왼쪽으로 닫혀 있었던 것. 공을 치는 순간 클럽헤드와 지면이 이루는 각도(어택 앵글)도 마이너스(-)를 기록해 드라이버를 올려 치는 대신 찍어 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프로는 “다운스윙에선 우측 어깨에서 손을 풀어 치고, 피니시에선 왼쪽 팔꿈치를 더 모으라”고 조언했다.
이날 스윙을 분석하지 않았다면 자가진단이 틀린 줄도 모르고 오른손을 ‘덜 감으려’ 노력했을 게 뻔했다. 김 프로는 “2030 회원들은 유튜브에서 배운 내용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며 “측정 수치를 참고하면 효과적으로 스윙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고가인 레슨비에도 불구하고 20~30대 이용자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론치모니터 가격은 2500만원 수준으로 국산 중형차 값과 맞먹는다. GC쿼드를 수입해 유통하는 진성스포츠의 유홍식 부사장은 “2030 골퍼가 많아지면서 올해 국내 론치모니터 수요가 작년보다 두 배로 급증했다”며 “론치모니터를 개인적으로 구매해 집에 설치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손목 위의 캐디’로 불리는 스마트 워치도 2030 골린이들의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가민 S62, 보이스캐디 T7이 인기 있는 제품이다. 레이저 거리측정기는 미국프로골프(PGA) 선수들도 애용하는 부쉬넬 프로와 르폴드, 보이스캐디 제품이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필드는 부담스럽고, 실내 스크린골프는 답답해 싫다면 ‘하이브리드’ 형태인 야외 스크린골프를 칠 수도 있다. 화면 대신 뻥 뚫린 그물망으로 공을 보내면 정규 코스만큼은 아니겠지만, 스윙 시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서울 도곡동 인지스크린골프, 등촌동 강서자이스포츠센터 등이 유명한데, 기존 야외 골프연습장에 기기를 설치한 곳도 수도권에 20여 곳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용/김대훈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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