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휘발유값에…美, 전략비축유 푼다

입력 2021-10-07 17:18   수정 2021-10-08 01:03

미국이 멕시코만 인근에 저장한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치솟는 휘발유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에 천연가스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가 일제히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내자 고공행진하던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美 휘발유 값 급등에 SPR 방출 고려

6일(현지시간)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무연휘발유 소매가격은 갤런당 3.221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일 갤런당 3.2달러를 넘어선 뒤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보다 앞서 3.2달러를 넘었던 때는 2014년 10월이다.

미 서부 지역의 휘발유 가격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차량에 휘발유를 넣으려면 갤런당 평균 4.422달러를 내야 한다. 일부 지역의 휘발유 값은 5달러를 넘었다.

심상찮은 휘발유 값 상승세에 미 정부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의 에너지전략전환 서밋에 참석해 “전략비축유 공급이 석유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휘발유 값을 낮추기 위한 모든 수단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멕시코만 근처에 세계 최대 원유 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분포한 지하 소금동굴 4곳의 최대 저장용량은 7억1400만 배럴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이곳엔 미국의 한 달치 사용분인 6억1780만 배럴이 저장돼 있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마지막으로 방출한 것은 2011년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는 치솟는 에너지 값을 잡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협력해 비축유 방출에 나섰다. 그랜홈 장관은 이날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것도 사용 가능한 도구라고 밝혔다. 미국은 2015년부터 원유를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 공급 확대 시사
천연가스 가격을 잠재우기 위해 러시아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관료들에게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과 공급 확대 방안을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가스프롬이 올해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기로 한 계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천연가스 공급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줄자 유럽은 극심한 에너지난으로 몸살을 앓았다. 일부 동유럽 국가는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무기로 삼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폴란드 정부는 유럽 집행위원회(EC)에 러시아의 에너지 시장 조작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비판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가스 시장에서 러시아 정부의 역할은 없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정부가 가격 상승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러시아 측이 계약된 가스 물량은 모두 공급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가스 값, 유가 하락세 전환
미국과 러시아 정부가 동시에 에너지난 해결 의지를 보이자 에너지 가격은 진정세로 돌아섰다. 이날 오전 섬(therm·1000kcal 열량을 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 단위)당 4파운드 넘게 거래되던 영국의 가스 도매가는 푸틴 대통령 발언이 전해진 뒤 2.71파운드로 급락했다고 FT는 전했다.

국제 유가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그랜홈 장관의 발언과 함께 미 원유 재고가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9% 하락한 배럴당 77.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 가격도 1.79% 하락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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