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중 화재 현장에서 한국인들의 탈출을 돕다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의상자로 선정된 3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스스로를 영웅화하며 '가짜 의인 행세'를 한 사실이 드러난 이유에서다.
수원지법 형사13단독(이혜랑 판사)는 사기, 위계공무집행방해,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러시아 여행 중이던 2018년 1월18일 새벽 게스트 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2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척추 등을 다쳐 전치 6개월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치료비를 받지 못하게 된 A씨는 함께 여행을 간 일행들에게 "병원비만 1000만원이 넘게 나온다고 한다. 진술서를 써주면 보험사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A씨는 일행들로부터 자신이 같은 방에 있던 B씨를 깨워 탈출시키고, 다시 돌아가 나머지 일행 6명의 안위를 확인하느라 탈출이 늦어져 사고를 당했다는 목격자 진술서를 받아냈다.
그는 일행들의 진술서와 화재 현장 인근 게스트 하우스 사장의 진술서 등 관련 서류를 바탕으로 의사상자 인정 신청을 했고, 같은 해 5월21일 의상자 5급으로 선정돼 총 1억2000여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원시로부터 선행 시민 표창창을 받은 것을 물론 한 대기업으로부터는 '올해의 시민 영웅'으로 뽑혀 상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수원시에 A씨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서 그의 가짜 영웅 행세가 탄로 났다. 수사 결과 화재 당시 A씨가 B씨를 깨워 탈출시킨 것이 아니라 B씨가 술에 취해 자고 있던 A씨를 깨우고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속옷 차림으로 일어난 A씨는 술에 취해 제때 대피하지 못했고, 복도를 통해 대피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방 안으로 들어와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부상을 입은 것이다. A씨는 또 일행의 생존조차 확인할 겨를이 없어 어떤 구조행위도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치료비를 지급받고자 허위 증거자료를 만들어 의상자 인정 신청을 해 1억2000여만원이 넘는 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을 스스로 영웅화하고 이를 이용해 영리 행위를 하려 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그런데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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