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난항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상장사들이 무상증자를 통해 주가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무상증자를 하는 기업은 단기간 주가가 반짝 상승하더라도 곧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투자자들은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채용 플랫폼 기업 원티드랩은 1주당 신주 1를 교부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오는 12일까지 원티드랩 주식을 보유하면 신주를 받을 수 있다. 신주 발행 예정일은 이달 28일이다. 무상증자로 원티드랩 발행 주식 수는 470만3068주에서 940만6136주로 늘어난다.
반도체 조립 전문기업인 하나마이크론과 메타버스 관련주로 불리는 자이언트스텝도 지난 1일 무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무상증자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하나마이크론은 1주당 신주 0.2주를, 자이언트스텝은 1주당 신주 1주를 주주들에게 교부할 계획이다. 해성티피씨도 지난달 28일 장마감 직후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상장사들이 이처럼 무상증자를 하는 것은 유동성을 증가시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그 비율만큼 유동주식 수가 늘어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혜성티피씨는 무상증자 결정 소식과 동시에 가격제한선까지 급등했고, 하나마이크론과 자이언트스템도 무상증자 소식이 전해진 첫날 각각 5.74% 12.9% 올랐다.
통상 무상증자는 기업의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 등을 자본으로 옮겨 신주를 발행해 늘어난 만큼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윳돈을 투입해 발행 주식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무상증자를 실시하면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데다 무상증자 비율 만큼 권리락이 발생, 주가가 저렴하다는 착시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상증자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매출 순이익 등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직접 연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무상증자 당일 반짝 상승 후 뒷걸음질 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상한가를 기록했던 해성티피씨 다음날 5% 넘게 주가가 빠지기도 했다. 원티드랩의 경우 지난달 27일 무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가 20% 가까이 내렸다. 자이언트스텝은 무상증자 발표 직후 전날까지 주가가 0.14% 감소했으며, 하나마이크론은 4%가량 상승하는데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리는 경우 시장에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고, 또 거래량이 부족했던 기업의 경우 거래활성화로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수급문제 해결과 시장에 대한 기업의 시그널 개선의 효과만 있을 뿐 펀더멘털의 변화가 없는 만큼 주가는 단기적으로 상승하더라도 곧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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