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사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고로 여야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의원들은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콕 집어 사퇴를 압박했지만 한 대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여야 의원들 한 목소리로 "네이버가 최인혁 비호"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한 대표에게 "최 대표가 왜 네이버에 여전히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앞서 네이버 이사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개발자 직원 A씨 사건과 관련, 가해 임원 B씨를 해임했다. 당시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최 대표는 책임을 지고 COO와 등기이사, 광고 부문 사업부인 비즈 CIC(사내독립기업) 대표 등 네이버에서 맡은 직책에서 물러났다.
다만 최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 공익재단 해피빈 대표 등 네이버의 다른 법인 직책은 계속 맡고 있다.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네이버 노조는 임원 B씨뿐 아니라 이를 비호한 최 대표를 모두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노조 주장처럼 네이버가 최 대표를 비호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최 대표의) 자발적 사임은 징계가 아니다. 네이버가 해고해야 했다"며 "신고를 받아도 조사를 안 하고, 조사해도 징계하지 않았다.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가 계열사를 통해 '임원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며 "전체 계열사의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 의원은 최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진짜 책임 있는 사람들이 명확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네이버 직원이라면 엄청난 패배감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또 "구조를 깨지 않으면 네이버의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며 "네이버가 일을 처리하는 태도에 문제가 많다. 최 대표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분신 같은 존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 대표는 "밖에서 말하는 것처럼 (최 대표와 이 창업자가) 특별한 관계여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이 이제 막 만들어졌고 후임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 네이버 경영진도 마찬가지로 전체적 변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해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구조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혀 사실상 경영진 '물갈이'를 시사했다.
네이버 노조·정치권 콕 집어 사퇴 압박한 최인혁 대표
노조와 여야 의원들이 콕 집어 사퇴를 압박한 최 대표는 네이버 초창기 멤버로 이 창업자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 대표는 과거 삼성SDS에서 PC통신용 검색서비스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이 창업자를 만났다. 삼성SDS 사내벤처였던 네이버에 합류해 검색서비스를 개발하다 네이버가 1999년 사내벤처에서 분사하면서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최 대표는 네이버 초창기 서비스본부장과 서비스기술담당이사(CTO), 서비스관리센터장, 서비스정책센터장 등 서비스 기술 관련 업무를 두루 맡았다. 2018년 3월 이 창업자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자 빈 자리를 채웠고 같은해 9월 경영리더 겸 COO로 승진하며 네이버 20년 역사에서 두 번째로 COO를 맡았다.
이후 매 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 대표와 함께 네이버 서비스와 기술부문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신사업을 총괄했다. 네이버 2인자로 꼽히는 신중호 라인 대표와 함께 향후 한 대표를 이을 차기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2019년 초 한 대표에 이어 가장 많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받기도 했지만 이번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고와 관련해 COO 자리에서 물러나며 입지가 좁아졌다.
한성숙 "굉장히 큰 충격 받아…빠르게 시정할 것"
하지만 여전히 계열사 대표자리를 유지하면서 부적절한 모습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노웅래 의원은 한 대표에게 "(네이버가) 비도덕적, 악덕 기업으로 보인다. 한 대표와 이 창업자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제기를 받았는데도 조치하지 않았다"며 "사내 모임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분명히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가 "직원과 대화하는 정기 모임이 있었는데 (괴롭힘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답하자 노 의원은 "노조 주장과 반대된다. 위증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 역시 "고용노동부의 특별관리감독 결과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됐고 네이버는 적반하장식으로 신고자에 직무 부여를 안 하는 등 2차 가해를 일삼았다. 처벌을 달게 받겠느냐"고 질의했다. 한 대표는 "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 의원이 "조사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잘못했겠나"라고 반문하자 한 대표는 "고용부가 조사한 내용은 충분히 알지만 내부에서 보고 받은 내용으론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에 굉장히 많은 충격을 받았다. 동료들과 고인, 유가족에게 사과드리고 빠르게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최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네이버와 관련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며 "마치 네이버가 최 대표를 비호하는 것처럼 비치는 자체만으로도 한 대표의 리더십까지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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