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첫 국회 연설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이전 정권들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했다. 한국에 대한 별다른 추가 발언도 없어 경색된 한일관계는 당분간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8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체 연설 중 한국과 관련된 부분은 딱 두 문장이었다. 그나마 일본의 주요 외교 상대국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거론했다.
이같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앞서 국내 전문가들이 한일관계가 아베-스가 정권에 이어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그대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같은 해 10월 말 국회 연설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한일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월 국회 시정연설에선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해, '매우'라는 뜻의 단어(極めて·기와메테)는 이미 뺀 바 있다. 아베 신조 총리도 2019년 하반기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언급했다.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발언은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일본군 위안부 배상 소송이나 일본의 강제 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 등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 당시 협상 당사자인 외무상이었다.
반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는 더 강하게 드러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규정하고, "모든 납치 피해자의 하루라도 빠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 저 자신은 조건 없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서기와 직접 마주할 결의"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일조(일북) 평양선언에 따라 납치, 핵·미사일 등 여려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일조 국교 정상화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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