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이끌고, 스마트폰이 뒤를 받치며 일말의 불안감을 털어냈다.”
삼성전자가 8일 내놓은 3분기 역대급 실적에 대한 투자업계의 평가다. 반도체 부문은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를 점쳤던 시장 일각의 예상을 뒤집으며 10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 캐시카우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IM) 부문도 신작들이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며 3조원을 훌쩍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3분기까지 37조원을 쓸어담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반도체 실적의 90%가량을 차지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가격 강세를 이어갔다. D램 PC용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은 4.1달러로 2년 만에 4달러대에 진입한 뒤 떨어지지 않고 있다. 낸드플래시 USB용 범용 제품의 고정거래가격도 4.81달러로 3년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도 견조했다. 주요 고객사들이 스마트폰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모바일 수요가 탄탄하게 받쳐줬다. 세계적으로 서버용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채용이 늘어난 점도 D램 판매 실적에 기여했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고사양 D램이 쓰이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선 사업 진출 이후 처음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글로벌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최대 20% 가격 인상을 고객사에 알리면서 삼성전자도 10~15%가격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수율도 개선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SMC와 선두를 달리는 5㎚(1㎚=10억분의 1m) 공정에서 합격품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원가가 절감되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승부수가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올 8월 27일 갤럭시Z플립3, 갤럭시Z폴드3 등 폴더블폰 신제품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출시 39일 만인 지난 4일 국내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러서치에 따르면 플립3와 폴드3의 세계 판매량은 지난달 말 기준 200만 대에 달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1년간 판매한 폴더블폰 수량(200만 대)을 1개월 만에 달성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디자인·성능 등을 크게 개선하면서도 전작보다 가격을 약 40만원 낮춘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립3는 접었을 때 하단의 검은 디스플레이와 상단의 크림·라벤더·그린 등 색상이 어우러진 ‘투톤 디자인’이 호평을 받고 있다. 폴드3는 폴더블폰으로는 처음으로 화면에 필기할 수 있는 ‘S펜’을 장착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갤럭시Z 시리즈 판매 호조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2와 투톱(two top) 전략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서민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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