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고령층, 임신부 등 독감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면역력이 약한 이들 고위험군은 자칫 독감 합병증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점과 비슷할 때 접종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심하게 맞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독감은 일반 감기와 어떻게 다른지, 어떤 사람들이 독감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지,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맞아도 하는지 등 궁금증을 풀어봤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층과 임신부는 말할 것도 없다. 1주일 정도면 증상이 호전되는 건강한 성인과 달리 고령층은 독감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독감 치명률은 0.04~0.08% 수준이다. 1만 명당 사망자가 4~8명이란 얘기다. 사망자는 대부분 고령층이다.
임신부도 독감에 걸리면 폐렴 등 합병증 발병률이 일반 성인보다 높다. 유산·조산·저체중아 출산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문가들이 임신부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는 이유다.
독감 백신의 예방률은 40~60%다. 높지는 않지만 위중증 상태로 가는 걸 막는 효과가 있다. 임신부가 독감 백신을 맞으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도 항체가 전달될 수 있다. 산모가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출산하면 출생 후 6개월까지 아기의 독감 감염을 50~7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린아이도 독감에 주의해야 한다. 영·유아가 독감에 걸리면 구토, 설사, 복통 등 위장관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때로는 고열로 인해 경련이 발생하기도 한다.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자주 보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독감 환자 133만 명 중 45만 명은 0~9세였다. 독감 환자 3명 중 1명이 영·유아인 셈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독감은 쉽게 전염되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접종해야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이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건 두 백신 모두 ‘생(生)백신’이 아니란 데서 비롯된다. 생백신은 살아있는 세균을 몸 안에 집어넣어 면역 형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두 종류 이상의 생백신을 동시에 맞으면 서로 다른 세균이 복합작용을 일으켜 이상반응 위험이 커진다. 여러 종류의 생백신을 맞을 때 4주 이상 접종 간격을 둬야 하는 이유다.
독감 백신은 ‘사(死)백신’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생백신도, 사백신도 아닌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또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화이자와 모더나) 방식이다.
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도 이상반응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병원의 라제카 라자루스 박사 연구팀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 2차 접종 시 독감 백신을 함께 접종한 집단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백신만 맞았던 집단과 이상반응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랜싯’에 보고됐다.
다만 같은 날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접종할 경우 서로 다른 팔에 맞는 게 좋다. 접종 후 나타나는 통증 등 국소 반응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김 반장은 “본인의 건강 상태와 이상반응이 걱정된다면 며칠 간격을 두고 접종해도 된다”며 “동시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났을 경우엔 피해조사반을 통해 각각의 인과성을 심사해 판단한다”고 했다.
고령층은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임신부는 지난달 14일부터 접종하고 있다. 내년 4월 30일까지 무료로 독감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생후 6개월~만 13세도 무료 접종 대상이다. 생애 첫 독감 백신을 맞는 만 8세 이하 영·유아는 4주 간격으로 백신을 두 번 맞아야 한다. 만 9세 이상은 한 번만 맞으면 된다. 무료 예방 접종 대상자가 아니라도 의료기관을 방문해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접종 비용은 백신 종류 등에 따라 1만원 안팎에서 4만원까지 다양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독감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와 혼동되는 증상을 줄일 수 있고,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만큼 개인 위생수칙도 중요하다. 독감은 기침, 재채기 등으로 전염되는 감염성 질환이다. 외출한 뒤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 준수만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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