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타투 시술자는 약 35만명, 문신과 반영구화장 등 이용자는 13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시술자 대부분은 모두 범법자로 간주된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타투 양성화에 대한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타투 양성화 내용을 담은 복수의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황에서 문신이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관심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문신 등 신체예술 관련 미국의 법제도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은 문신을 주법으로 다뤄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주는 문신을 법적 제도를 통해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주는 ‘안전신체예술법’을 통해 문신·피어싱·반영구화장을 모두 규율하고 있다. 안전신체예술법 제3조에 따르면 시술자는 B형 간염 예방 접종 증명서, 혈액 매개 병원체 노출 예방 교육 이수 증명서 등이 있어야 등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시술자와 피시술자 간 감염병 전이를 예방하고 시술 장비와 도구의 오염은 방지할 수 있다.
뉴욕주는 ‘공중보건법 제4A절’에 따라 신체 피어싱과 문신을 관리하고 있다. 모든 업소는 시술 시 일회용 바늘과 승인된 잉크를 사용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도 작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문신 시술행위는 사회 통념에 비춰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문심명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한국은 문신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보건위생상의 안전과 문제 상황 대응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용자는 문신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피해를 구제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법제도 사례와 일본의 판례, 한국 사회 전반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신 등 시술 행위의 양성화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때가 임박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서도 타투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13일 타투 산업 종사자들은 타투 시술의 범죄화로 타투이스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다며 타투이스트 김도윤(41) 타투유니온 지회장 명의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지난달 10일 서울북부지법에서 김 지회장의 1심 재판이 열렸다. 김 지회장은 2019년 연예인에게 타투 시술을 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5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됐고 이후 재판을 진행 중이다.
국회에서도 타투 합법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선 지난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신사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지난 3월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 등을 발의해 현재 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 앞에서 등에 붙인 타투 도안 스티커를 공개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류 의원은 지난 6월 타투 면허 발급요건과 타투업자의 위생관리 의무, 정부의 관리·감독 등을 규정한 ‘타투업법안’을 발의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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