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3000선에 안착했던 3월25일부터 지난 8일까지 6개월 남짓 기간 동안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카카오가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와 셀트리온은 30%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는 2956.3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 3000선이 무너진 뒤 4거래일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2837.47에 작년 거래를 마친 뒤 연초 급등세를 보이며 1월7일(3031.68)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3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조정을 받기도 했지만 3000선을 지지선 삼아 등락을 반복했고, 3월25일 이후 랠리를 펼치며 7월6일 3305.21까지 상승했다. 이 때까지의 장기 랠리를 마친 코스피는 이달 8일까지 10.56%가 빠졌다.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했던 3월2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삼성SDI, 기아 등이 오른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차, 셀트리온은 하락했다.
지난 4월 액면분할을 계기로 한 차례 주가가 랠리를 펼쳤고, 6월에는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기대감에 급등세를 타며 네이버를 따돌리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성급하게 수익성을 더 확보하려 나섰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스마트호출 요금과 전기자전거 요금의 잇따른 인상을 추진했다가 택시 업계와 이용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고, 카카오가 추진하는 다른 사업들도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이에 더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가족회사로 알려진 케이큐브홀딩스의 금산분리 위반 문제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달 7일 금융당국이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행위에 대해 ‘광고가 아닌 중개’라는 해석을 내놓은 게 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플랫폼 기업 주가 급락의 계기가 됐다. 카카오는 지난달 14일 ▲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업 철수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 조성 ▲케이큐브홀딩스의 사회적 기업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무렵 국정감사에서 카카오가 집중적으로 난타당할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카카오 주가를 더 짓눌렸다. 실제 김 의장은 이달 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와 6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책에 연신 고개를 숙였다.
공정위 국정감사가 진행된 지난 5일 이후 카카오와 네이버는 반등세를 탔다. 지난 7일에는 두 회사 모두 주가가 5%대 중반의 오름폭을 보였고, 8일에는 1%대의 조정을 받았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비교하면 등락폭이 작은 편이다. 지난 8일 38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7일(44만4500원) 대비 12.60% 하락했지만, 3월25일(38만원)과 비교하면 2.24% 오른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 올렸다. 특히 지난 5월에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을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각각 제기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설에 대해서는 부인했고,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설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할 백신은 모더나 백신으로 결정됐다.
8월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 보고대회의 영향으로 한 차례 더 급등세를 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기에, 다양한 다국적 제약사의 백신을 위탁생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렇게 오른 주가는 이후 급락세를 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월12일 101만2000원으로 마감되며 100만원선을 넘어섰지만, 지난 8일까지 17.98%가 빠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국내 바이오 빅2를 구성하고 있는 셀트리온의 주가는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8일 22만4000원에 마감돼 직전 고점인 9월23일(28만4500원) 대비 21.26% 내렸다. 3월25일(30만7500원)과 비교하면 27.15% 낮은 수준이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두 번째로 많이 하락했다.
올해 초까지는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에 대한 기대감이 셀트리온의 주가를 밀어 올렸지만, 지난 2월 식약처로부터 렉키로나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아냈을 무렵부터는 주가가 하락세를 탔다. 렉키로나의 조건부 허가가 나오기 직전인 2월1일 37만1000원이던 셀트리온 주가는 3월19일 28만7000원까지 빠졌다. 이후 3월말에는 유럽 의약품당국으로부터 사용권고를 받았다는 소식에 반등하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힘이 빠졌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회의혼에 힘이 실렸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종식되면 렉키로나가 당초 기대보다 많이 쓰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였다. 이후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고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위드(with) 코로나’가 부상하고, 셀트리온도 변이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칵테일 요법 개발에 나섰지만, 한번 힘이 빠진 주가는 되살아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머크앤컴퍼니(MSD)가 개발하고 있는 먹는 알약 형태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부상하면서, 셀트리온 주가는 더 추락했다. 병원에서 몇 시간동안 누워 링거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IV) 제형인 렉키로나에 비해 경구용 치료제의 편의성이 높다는 점이 주목됐기 때문이다.
8일 SK하이닉스는 9만4000원에 마감됐다. 3월25일(13만3000원) 대비 29.32%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11.95% 하락해 7만1500원으로 8일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초 강세장에서 코스피를 3000선 위로 올려놓는 역할을 했지만, 정작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한 3월말~4월초께의 랠리를 마친 뒤부터는 쭉 내림세였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가는 1월11일의 9만1000원로, 장중에는 9만6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날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지 3거래일째 되는 날로, 장중 최고치(3266.23) 기록은 증시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던 6월 중순까지 깨지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2월25일 14만8500원으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두 번째로 돌파한 날이었다. 삼성전자도 이날 4%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3월 들어 삼성전자는 횡보했고, SK하이닉스는 급등락세를 보였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미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긴축에 대한 공포가 부상한 탓이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7%대까지 치솟았던 3월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시한번 힘을 내며 코스피를 3000선 위에 안착시켰다.
그러나 이후엔 반도체 공급망 차질, 반도체 시황 정점(피크 아웃) 등에 대한 우려가 부상하며 주가가 흘러내렸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 보고서를 낸 8월12일을 전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급전직하했다. 여기에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강력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17만7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30% 꺾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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