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세계 반도체 경쟁사의 허를 찔렀다."
삼성전자가 2025년부터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7일, 전세계 반도체 업계는 이처럼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그간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이렇다할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초 구속되면서 대규모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반면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은 3㎚ 이하 공정에 대한 대규모 투자안을 발표해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맞대응에 나서더라도 주로 3㎚ 공정에 관련된 내용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 반도체 양산의 큰그림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면 예상보다 가까운 시일 안에 TSMC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온다.
하지만 최근들어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매출 기준) 58%로 14%의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렸다. 1분기 조사에선 TSMC가 55%, 삼성전자가 17%였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투자결정을 미루고 있는 사이 TSMC가 공격적으로 치고 나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TSMC는 올해 초 3년간 1000억달러(약 119조원)를 파운드리 투자에 쏟아붓는다고 발표했다.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5㎚ 공장은 2024년 가동할 계획이다. 일본에는 자동차용 반도체 공정인 28㎚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 반도체 공장 건설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1년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경우 매출 기준 약 837억 4000만 달러(약 100조 1500억원)에서 2027년 1303억 4000만 달러(약 155조 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것도 이같은 시장 상황을 내다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텔은 올해 초 "2024년에는 2㎚ 수준 반도체인 '20A'를 생산하고, 2025년에는 1.8㎚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업계에선 인텔이 2㎚ 이하 반도체를 생산하더라도 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을 뜻하는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3㎚ 반도체 양산 시점도 시장 전망보다 앞당겼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IR행사에서 2022년 안에 3㎚ 반도체를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내년 말이나 돼야 겨우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이번 파운드리 포럼에서 3㎚ 반도체 생산 목표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못박았다. 반면 TSMC는 내년 7월에 3㎚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세공정 반도체 수요가 커질 수록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는 올해 파운드리 시장을 10nm 이하 공정으로 제한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0%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업체 뿐 아니라 스마트폰업체까지 전력효율성과 성능 등이 월등히 우수한 미세공정 반도체를 선호하고 있다"며 "10nm 이하 공정 반도체 채용이 늘어날 수록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도 좁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