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10일 SNS를 통해 하나은행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대부업체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에 대출을 해준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대부업체와 깐부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출 총량제로 관리하겠다며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은행을 막고, 고금리 대부 업체로 서민 등 떠미는 것을 저는 납득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 5일 전세대출 보완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라 여러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실수요자 보호 입장에서 전세대출 규제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자리였다"는 게 민주연구원의 설명이었습니다. 민주연구원은 "이번 10월에 공개될 가계대출 추가대책에서 전세대출 규제가 담길 수 있다는 우려에 은행권의 대출중단 및 한도축소로 이미 전세난민이 양산되고 있다"며 "(토론회 개최는)서민·중산층 중심의 실수요자 보호에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세대출 규제와 관련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에게 잇따라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홍성국 의원은 "제대로 된 구두개입 한번 없다가 왜 갑자기 전격 작전하듯 가계대출 감축을 추진하느냐"고 따져 물었고, 유동수 의원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6.9%로 상정하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고 질의했습니다. 고 위원장은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유 의원의 질문에 "예"라고 힘줘 답한 뒤 "6.9%를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러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고 위원장은 "지금 가계부채 증가의 대부분이 실수요자 대출"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상환능력범위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금융사들은 이달 내로 예정된 가계대출 관리 대책 발표를 앞두고 전세 대출 조이기에 잇따라 들어가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오는 15일부터 전세대출을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만 제한키로 했습니다. 가계대출 관리는 고 위원장의 평소 소신에 따른 정책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8월 금융위 국·과장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지금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세대출 규제에 대한 당청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당청과 금융당국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청와대는 매파 성향의 고 위원장을 발탁할 때 전세 대출까지 조일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던 걸까요. 어찌됐든 문재인 정부는 마지막까지 부동산 문제가 발목을 잡는 듯 합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