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안방’인 경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 지사의 경기 득표율은 60%에 육박하는 등 지역 순회 경선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자신을 둘러싼경기 성남 대장동 비리 의혹에도 “이번 대선은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최후대첩”이라며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이 지사의 경기 지역 압승은 예상된 결과였다. 경기는 이 지사가 2018년부터 도정을 이끌어온 정치적 고향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가 대권가도의 무덤이라고 하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제가 증명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이 지사는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저를 정치적으로 이렇게 성장시켜준 경기도”라며 “기대보다 더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지사는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유에 대해 “부패기득권 세력에 숨 쉴 틈 없이 공격을 당했지만 결국 이 자리까지 온 것은 국민의 집단지성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지사는 “파면 팔수록 국민의힘 치부만 더 드러날 것”이라며 “이재명의 행정실력과 실적, 청렴성만 홍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번 대선을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최후대첩”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개혁 성향이 강한 이 지사가 최종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중도층을 겨냥해 어떤 전략을 펼칠지도 주목된다. 이재명 캠프 내부에서는 이번 대선을 0.1~3% 안팎 격차로 승패가 좌우된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 등에서 중도층에 호소력 있는 아젠다를 발굴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 공약보다 대선 국면의 ‘블랙홀’인 대장동 수사 방향이 중도층 표심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지사의 중도층 확장 여부는 대장동 수사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본다”며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야당이 특검 요구를 이어가고 여당은 ‘후보 지키기’로 맞설 경우 중도층의 염증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캠프 내에서는 2030세대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에 맞서 야당의 대선 최종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반(反)이재명 연대로 전열을 갖출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세대의 불공정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촉발한 이른바 ‘조국 사태’도 본선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되면 오는 18, 20일 경기도 국정감사 전 사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이 지사는 국감까지 마치고 지사직을 내려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대선 모드’로의 조속한 전환을 요구하는 당내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