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을 비롯한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10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2조원 상당의 삼성 계열사 지분 매각에 나섰다.
10일 삼성전자와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홍 전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 5일 국민은행과 삼성 계열사 주식 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공시 비고란에 “상속세 납부용”이라고 계약 이유를 밝혔다.
삼성 일가가 처분하려는 주식의 가치는 2조1575억원(이하 8일 종가 기준)이다. 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인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주식 0.33%(1994만1860주)에 대해 국민은행과 유가증권 처분신탁 계약을 맺었다. 약 1조4258억원 규모다. 주식 매각이 이뤄지면 홍 전 관장의 지분율은 2.30%에서 1.97%로 낮아진다.
이부진 사장은 같은 날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2422억원),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2473억원)와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2422억원)에 대해 국민은행과 처분신탁 계약을 맺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식 매각을 위한 신탁 계약을 하지 않았다.
유족이 내야 할 상속세는 10조원가량이다. 상속 재산 26조원에 해당하는 상속세 12조원 가운데 2조원은 지난 4월 납부했다. 유족은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보유 주식 일부를 법원에 공탁한 적은 있지만 처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영계에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 부회장이 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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