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 모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군에 돌아온 뒤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죠. 하지만 군은 변 전 하사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시행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습니다.
변 전 하사는 “다시 심사해달라”며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11일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첫 변론 전인 지난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재판 결과를 접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만약 변 하사가 살아있었다면 이 소식을 얼마나 반갑게 받아들일까” 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 없습니다. 전역이 취소됐다 해도 다시 군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번 판결의 의미에 앞서 그 과정은 어땠을까요. 선례가 될 중요한 판결이라는 것에 있어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 결과가 나올때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걸린 것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변 전 하사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최기상 의원이 최병준 대전지방법원장을 상대로 한 질의였습니다. 이를 들으면서 판사는 물론 우리 사회의 많은 법조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인 것같아 옮겨 적어봤습니다.
바로 ‘사람을 살리는 재판’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최 의원 :“변 전 하사의 전역 취소 소송은 그동안 문제 돼 왔던 성소수자들의 인권. 성전환수술을 장애라고 여긴 사회 일각의 차별적인 시선에 대한 것으로서 사회의 이목이 크게 집중된 사건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성전환 수술을 마친 변 전 하사를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판단해야 하며, 수술 직후 법원에서 성별 정정신청을 하고 이를 군에 보고한 만큼 군 인사법상 심신장애여부 판단은 당연히 여성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변 전 하사에 대한 육군의 전역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차별뿐만 아니라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또한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차별임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판결입니다.
한편으로는 판결 결과를 접하고 변 전 하사가 생전이 이 판결을 직접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재판은 2020년 8월에 소 제기가 이뤄졌고 8개월이 지난 올해 4월 15일에 첫 변론기일이 열렸습니다. 그렇지만 그 전인 지난 3월에 변 전 하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본인과 가족이 감당했을 슬픔과 고통은 짐작하기 힘듭니다. 이를 사법부가 법으로 구제할 수는 없었을까 안타깝습니다. 법정에서 직접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순 없어서 극단적인 결과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법관으로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들의 신속한 재판을 권리’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에 행정소송법을 보면 판결은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5개월 이내에 선고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변 전 하사 재판의 경우 첫 변론기일이 열릴 때까지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사건의 중요성으로 보면, 너무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대전지방법원에서 설명한 이유를 보면, 당시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연말에 재판부 휴정기나 재판부 인사이동 등의 사유도 있습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이런 이유들이 법원 중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사자인 국민들을 중심으로 판단을 한다면 이런 이유들을 가지고 더 이상 신속한 재판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최병준 법원장 : “첫 기일이 늦게 지정됐고, 그 사이에 변 하사가 사망한 부분에 대해서 법원장으로서 굉장히 아쉬운 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최 의원 : “판사는 재판의 주재자이지, 주인공은 아닙니다. 헌법에서 판사에게 사건을 해결할 책무를 부여한 것이죠. 헌법 원칙을 되새겨서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사법체계에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판 지연의 문제를 법원의 입장에서 바라봐선 해결책이 없습니다. 법관 증원도 중요하지만 법원에서 국민들을 중심에 두고 근원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적으로 정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언론 보도에 통하면 군에서 낸 답변서가 형식적이었다는 얘기도 있고, 관련 증거 제출도 늦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재판부에서 소송지휘를 통해서 서면준비명령을 할 수도 있었고, 아니면 변론준비기일이나 변론기일을 직접 열어서 말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절차를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나요?”
최 법원장 “사전에 그런 절차를 했는지에 대해선 제가 확인을 못해봤습니다.”
최 의원 : “법원에선 중요한 사건에 대해선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그 규정에 의한 ‘국민적 관심사의 정도나 처리 시한 등에 비추어 적시처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건의 내용이 정치?사회?경제적으로 파장이 크고 선례로서 가치가 있는 사건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법원장은 관련 절차를 거쳐서 논의한 적이 있었나요.”
최 법원장 : “그 부분이 저희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접수 초기에 해당 사건을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하지 못한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재판 내용이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고 선례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해서 신속히 진행했어야 하는 사건으로 나중에 파악을 하게 됐습니다.”
이 사건의 경과를 보게되면 사건이 법원에 오기 전에 변 전 하사는 이미 많은 상처와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본인 입장에선 전역처분 취소소송이 마지막 수단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법원에서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과 절차, 그리고 시간의 문제에서도 당사자들이 받게 될 피해와 고통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통계를 보더라도 여전히 1년간 자살자가 1만3000명, 일주일에 253명, 하루 36명이나 됩니다. 이 분들중 단 한 분이라도 법원의 재판과정에서의 소흘함 때문에 결과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면 판사님들은 모두가 마음을 다잡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더는 못 살겠다는 마음이 들 때는 하나는 살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살 방법이 없다 이럴 때라고 한다. 적어도 살 방법이 없다라고 하는 그 방법에 대해서는 우리 공동체가 우리 법원에서 같이 고민해주고 손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헌법이 부여한 판사의 책무를 사람을 살리는 재판을 통해서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최 법원장 : “법원에서 적시처리 사건 지정과 관련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변 하사가 생전에 이런 판결을 받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나쁜 놈들끼리는 다. 유사한 사안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를 하겠습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