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매출 손실 10조 넘어…"경마도 온라인 발매 허용해야"

입력 2021-10-11 17:42   수정 2021-10-12 00:59

지난달 29일은 한국마사회 창립 72주년이었다. 기념 행사를 열어야 할 날에 마사회는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마사회 노조는 70%였던 휴업수당을 50%로 자진 삭감했다.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주 1일 휴업을 해왔다. 가을마다 열렸던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는 2년 연속 취소됐다. 2년 전 국제 ‘PART I, GⅢ’로 승격되고 세계 경마시행 국가의 경주를 총괄 분류하는 블루북에도 공식 등재됐던 대회다.
매출 손실액 10조원 돌파
한국 말산업이 위기다. 그동안 대두됐던 ‘위기론’과는 차원이 다르다. 11일 마사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2월부터 경마가 파행을 겪으면서 누적된 매출 손실액은 지난 7월까지 10조4262억원에 달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마사회의 경마 매출 감소로 인한 세수 감소액은 지난해 1조29억원, 올해는 지난 8월까지 7568억원이다. 올해 말까지 2조원 넘는 세금이 덜 걷힐 전망이다.

마사회는 경마 시행 기관이자 한국 말산업의 심장이다. 경마 매출 일부를 말 생산자(개인사업자)에게 지원한다. 경마가 파행된 뒤에도 마사회가 매주 70억원을 투입해 수입이 전무한 무관중 ‘상생 경마’를 열고 있는 이유다. 마사회는 올 상반기까지 5000억원가량을 상생 경마로 썼다.

하지만 마사회의 유보금도 이젠 고갈된 상태다. 지난해 2904억원이던 마사회의 가용 자금은 지난 7월 1401억원으로 급감했고 다음달엔 156억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상생 경마를 유지하기 위해 마사회는 2000억원 규모의 신용대출 준비까지 마친 상태다. 마사회 관계자는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최대한 비용을 절감해 대출 시기를 늦추려고 하지만 연말까지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경마만 너무 미워해”
말산업 관계자들은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경마만 유독 미움을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경마는 2009년까지 시행했던 온라인 마권 발매가 법적 근거 미비를 이유로 중단됐다. 반면 전자복권(2001년), 스포츠토토(2004년), 로또(2018년) 등은 온라인으로 살 수 있다. 온라인 발매 법제화를 늦게 시도한 경륜·경정마저 지난 8월부터 온라인 발매를 시작했다. 마사회는 이미 온라인 발매를 위한 ‘경마 온라인 마권 발매 관리점검체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여타 사행산업에 비해 높은 경마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마사회는 마권 매출의 73%를 고객에게 적중금으로 돌려준다. 나머지 27% 중 16%를 세금(레저세 10%, 지방교육세 4%, 농특세 2%)으로 낸다. 이 같은 세율은 다른 주요 경마국(일본 9.4%, 홍콩 11.4%, 호주 1%, 프랑스 9.4%)에 비해 월등히 높다. 복권과 체육진흥투표권의 경우 발매에 과세하는 대신 수익금 대부분을 기금 형태로 출연한다.

말산업 붕괴 위기를 감지한 국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마사회법 일부개정안을 네 건이나 발의한 상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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