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사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네이버부동산에 접속하던 직장인 이광현 씨(35)는 알맞은 전세매물을 찾은 뒤 바로아래 배너로 표시된 신한은행의 모바일 전세자금대출을 발견했다. 광고를 손가락으로 쓱 누르니 신한은행 모바일 페이지로 연결돼 대출 과정이 일사천리로 끝났다. 이씨는 “최근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속속 중단한다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매물정보 페이지에서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의 모바일로 연결되니 편리했다”고 말했다.
은행 모바일 앱이 단순한 금융앱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은행 앱으로 본인 차량을 매물로 올려두거나 꽃배달 서비스 및 택배 수거도 신청할 수 있을 정도다. 빅테크(대형 IT업체)를 좇는 소극적 변신을 넘어 새롭고 특이한 서비스를 가미해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로는 소비자에게 인기를 끈 배달 앱, 자산관리 플랫폼과 협업을 꾀하고, 경쟁자인 빅테크 업체와의 과감한 제휴를 택하기도 한다.
농협은행은 올원뱅크를 통하면 ‘농협 라이블리(LYVLY)’의 국내산 농·축산물도 살 수 있다. 라이블리는 농협의 자체 브랜드(PB)로 전국 농축협의 지역 생산물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대형 은행들이 모바일 앱에 실손보험 간편 청구서비스를 넣은 것도 생활 플랫폼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작년 2월 앱에서 이 서비스를 처음으로 넣은 신한은행에 이어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이 도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해당 은행에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진단서, 영수증 등 별도 종이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앱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아직 종이서류를 촬영해 앱으로 전송해야 하는 병원도 있지만 촬영 없이도 청구가 가능하도록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비금융 플랫폼 기반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비금융 사업 전담조직인 ‘O2O(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 추진단’을 만들었다. 추진단은 첫 번째 비금융 사업으로 새로운 배달 플랫폼을 개발하는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간 매출대금 정산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생활 플랫폼 기능을 앱에 적용하는 건 기존 금융거래를 위한 소비자만 겨냥해선 앱 방문자 수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본업인 ‘금융업’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것도 앱 고도화에 힘쓰는 배경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이 네이버쇼핑의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출시하고, 신한은행이 네이버와 전세대출 상품 광고를 위해 손잡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신한은행은 온라인 최저가 차량 구매 플랫폼인 겟차와 손잡고 전기차 가격조회 서비스를 운영한다. 앱에서 거주지를 설정하면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른 보조금을 제공하고, 모든 차종의 가격을 파악할 수 있고, 제조사 할인정보를 포함한 최종 가격을 자동차 금융 상품과 바로 연계해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자산관리 플랫폼 리치고와 손잡고 앱 내에서 아파트 정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배달 서비스인 요기요와 배너 제휴를 했다. 서로의 앱에서 접속이 가능하고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앱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고, 인기 서비스인 요기요 고객을 은행으로 유입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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