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큐브는 지난달 개관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의자·조명을 교체하는 전면 리뉴얼을 거쳤다. 2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준비한 새 단장이 코로나19로 늦춰지면서 올해 끝났다. 영화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지난해였지만 그럼에도 씨네큐브는 영사기를 끄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예술영화관을 계속 운영한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6일 씨네큐브를 운영하는 강신웅 티캐스트 대표(사진)를 만났다. 강 대표는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며 “신뢰가 씨네큐브가 20년 넘게 이어온 비결”이라고 말했다.
티캐스트가 씨네큐브 운영을 맡은 것은 2009년이다. 상업채널 운영사업자인 티캐스트가 씨네큐브를 맡으면서 영화 마니아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티캐스트는 철저히 예술영화만을 상영하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했다. 요즘 영화관에선 찾아보기 힘든 구식 장비인 ‘필름 영사기’도 갖추고 있다.
강 대표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관람 문화를 조성하면서 우리만의 정체성이 만들어졌고, 다른 시·도에서 ‘원정 관람’하는 마니아 관객도 생겼다”며 “생전 영화 애호가로 유명했던 박완서 작가도 씨네큐브를 자주 찾았다”고 했다.
예술영화관인 만큼 영화 편성표는 곧 영화관의 ‘얼굴’이다. 강 대표는 “한마디로 ‘사람 냄새’가 나면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을 우선 뽑는다”고 밝혔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5~6년 사이 고레에다 감독 작품 대부분은 씨네큐브가 국내 영화관에 배급하고 있다. 강 대표는 “고레에다 감독은 씨네큐브에서 ‘관객과의 대화’ 행사도 자주 해 광화문 일대가 익숙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 대표는 한때 ‘영화인’을 지망했다. 제일기획 PD 출신인 그는 잠시 회사를 쉬면서 영화 공부를 준비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꿈을 접어야 했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사랑은 남아 씨네큐브를 운영하는 원동력이 됐다.
예술영화가 좋다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도 강력하다. 그럴수록 ‘영화관+케이블채널’의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좋은 영화 판권을 사면 그게 곧 케이블채널의 경쟁력이 됩니다. OTT 시대라지만 우리가 직접 선정한 영화들은 언제든 TV를 켜고 봐도 재밌다는 믿음을 드립니다. 케이블채널이 재정적으로 받쳐주니 영화관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죠.”
강 대표는 “언제 와도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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