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설계자’로서 부동산 개혁을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화급한 시장 안정책이 아니라 그럴싸한 ‘대개혁’ 화두를 던진 것이기에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해법을 모색하기보다 게이트를 정면 돌파하려는 정치적 전술이라면 전세난민들의 상실감은 더 커질 것이다.
‘대개혁’ 후속 대책이란 것들이 시장작동 원리와는 거리가 먼, ‘닥치고 규제’ 식으로 흐를 공산이 커 보이는 점도 문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허가권을 쥔 사업에서 생기는 이익(불로소득)을 100% 공공환수하겠다는 발상도 환수대상 이익, 불로소득 범위를 특정하기가 간단치 않은 일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전국 어디서도 개발 유인이 사라지게 되고, 향후 주택공급 부족 등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건설·분양원가 공개는 민간의 경영활동 저해라는 사익 침해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 훨씬 클 것이다. 더욱 예측불가능한 시장 왜곡을 키울 위험이 다분하다.
강력한 구호나 장담·엄포로 집값이 안정될 것 같았으면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됐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곧 패가망신” “부동산은 자신있다” “(대책이 섰으니) 이제 집들 파시라”는 식의 말잔치에도 현 정부 들어 집값은 정확히 두 배 올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3.3㎡당 서울 아파트 값은 2017년 5월 2326만원에서 지난달 4652만원으로 상승했고,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가계부채를 총량규제한다며 대출을 꽁꽁 잠그는 통에 현금부자만 신바람 났다. 전세대출 실수요까지 막아 주거약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백번 양보해 부동산 대개혁이 당면 과제라고 해도 구호 일변도와 반(反)시장적 규제로는 현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불로소득 환수, 지대(地代)사회 개혁 같은 정치구호가 대중의 ‘배아픔’은 달래줄지 몰라도 국리민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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